미국 언론들은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 사건의 진행 상황을 연일 보도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방미 이후 정치적 후폭풍을 맞고 있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3일(현지시각) “이번 사건을 공개적으로 처리할 것을 요구하는 여론과 정치권의 압력이 커지면서 박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며 “이번 사건은 박 대통령의 성공적인 방미에 그늘을 드리웠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12일 “이번 사건은 이번 방미를 완벽한 성공으로 보여주고 싶어했던 박 대통령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며 “야권은 윤리 기준이 의문시되는 사람들을 박 대통령이 요직에 앉힌 것을 비난하고 있다”고 전했다.
재미동포들의 비난도 이어지고 있다. ‘미주 사람사는 세상 준비위원회’는 12일 성명을 내어 “이번 사건은 미주에 사는 동포들에게는 차마 얼굴을 들고 미국 사회에 나갈 수 없게 만든 치욕스런 사건”이라며 “박 대통령은 동포들에게 머리 숙여 사과하고 피해 여성에게도 진심으로 사과하라”고 밝혔다. 이 단체는 또 “극우파들이 미주 여성들의 생활과 정보 나눔터인 ‘미시유에스에이’를 친노종북이라고 몰며, 해괴한 주장을 하고 있다”면서 당장 이런 행동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도 13일치 16면의 2/3를 할애해 이번 사건을 다뤘다. 이 신문은 “(이번 사건은) 한국의 추한 도덕성을 세계에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국격을 떨어뜨렸다. 박근혜의 방미도 완전 실패로 끝났다”는 12일치 북한 <노동신문> 평론을 소개하며, “아마 이는 한국인들이 가장 듣고 싶지 않은 (북한으로부터의) 비판이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환구시보>는 또 “박 대통령은 영어 연설, 일본의 역사인식에 대한 비판을 하며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줬지만 (윤창중 사건으로) 상황이 급전직하했다”는 일본 <산케이신문>의 기사도 전했다.
워싱턴·베이징/박현 성연철 특파원 hyun21@hani.co.kr
‘윤창중 성추행’과 박근혜 독선 인사 [한겨레캐스트 #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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