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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5.22 19:58 수정 : 2013.05.24 09:47

초등학생들 화장실로 대피시킨뒤
몸으로 잔해 막아 인명피해 줄여

11살 소년 알렉산더 가시미는 20일 오후 미국 오클라호마주 무어시 플라자타워스초등학교에서 공부하고 있었다. 멀리서 느껴지는 토네이도의 기운은 학교에서 배운 보통의 토네이도와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토네이도의 진행 과정을 살피던 교사들은 상황이 범상치 않음을 직감했다. 교사들은 학생들을 화장실로 신속하게 대피시켰다. 70∼80명의 학생들이 화장실에서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쥔 채 몸을 웅크렸다. 교사들은 학생들의 머리 위를 몸으로 덮었다. ‘온몸으로’ 학생들을 보호하려 한 것이다. “우박이 쏟아지는 줄 알았는데, 잔해였어요. 위를 올려다보니 천정이 날아갔더라고요.” 알렉산더는 <워싱턴 포스트>에 당시 상황이 “<오즈의 마법사> 같았다”고 말했다.

미국 국립기상청은 이날 무어를 폐허로 만든 토네이도가 6개 등급 가운데 최고 등급인 ‘후지타 규모 5’의 위력이었다고 21일 발표했다. 1945년 일본 히로시마 원폭의 600배에 견줄 만한 파괴력이라는 추정치도 나온다. 이 초등학교 학생과 교직원들은 역사상 가장 강력한 토네이도에 대피 시설도 없이 무방비 상태로 노출됐다. 벽이 무너져 학생 7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 때문에 상습 토네이도 지역 학교에 지하 대피소조차 만들지 않은 학교와 시 당국이 비판을 받고 있다. 다만 교사들의 지혜로운 대처로 화장실에 숨은 학생 70~80명을 포함해 수백명이 목숨을 건졌다. 성냥갑 구겨지듯 허물어진 학교를 본 부모들은 그나마도 ‘기적’이라고 받아들였다. 알렉산더의 어머니는 “만일 당신이 신을 믿지 않았다면, 이번에 확실히 믿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클라호마시티 당국은 21일 무어 지역에서 어린이 9명을 포함해 최소 24명이 숨지고 230여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전날 시 검시소는 최소 51명이 숨지고, 40명이 더 사망했으리라 추정했다. <뉴욕 타임스> 등 미 언론은 이 통계를 근거로 “최소 91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하는 등 속보 경쟁에 나섰다가 오보 논란에 휩싸였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 [화보] 미 초강력 토네이도 모든게 부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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