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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국적기업의 역외탈세 원인
아일랜드, 일자리 창출 명목으로법인세 인하·로열티수익 비과세 각국, 세제혜택 경쟁 나서면서
조세피난처도 곳곳에 생겨나 OECD 평균 법인세율 7%p 낮아져
미·EU, 역외탈세 국제공조 강화 애플의 ‘역외탈세’ 논란((■ 참조 기사: “4년간 440억달러”…애플 ‘역외탈세’ 꼬리잡혔다))을 계기로 다국적 기업을 유치하려고 각국 정부가 경쟁적으로 세금을 깎아주는 ‘국제 조세 경쟁’이 도마에 올랐다. 애플과 구글 등 글로벌 기업의 역외탈세를 부추기는 주범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아일랜드는 2010년 애플 등 다국적 기업의 로열티 수익에 원천과세를 하지 않기로 했다. 아일랜드의 낮은 법인세(12.5%)를 겨냥해 이곳에 진출한 다국적 기업들의 로비에 따른 결과다. 이들 기업은 특허기술에 대한 로열티를 아일랜드의 영업본부에서 버뮤다나 케이맨제도 같은 조세피난처에 세운 자회사에 지급하는 수법으로 관련 세금을 내지 않고 있다. 아일랜드는 이전까지 로열티의 20%를 원천과세했지만, 다국적 기업 유치에 따른 일자리 창출 효과를 겨냥해 이런 결정을 내렸다.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평균 법인세율이 2000년 32.6%에서 2011년 25.4%로 떨어졌다고 최근 보도했다. 아일랜드와 네덜란드 등 유럽의 조세피난처로 분류되는 국가들이 경쟁적으로 세금 인하에 나선 탓이다. 법인세 인하뿐 아니라 각종 세제 혜택도 늘어나 다국적 기업에 대한 실효세율은 이보다 더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현상은 다국적 기업의 역외탈세를 부추기고 있다. 구글은 아일랜드의 유럽 본부에 매출을 몰아줘 2011년 영국에서 32억파운드(약 5조4000억원)의 돈을 벌었으나 법인세로 340만파운드(약 57억원)만 냈다. 아마존과 스타벅스도 비슷한 수법으로 각각 영국에서 올린 매출의 0.1%와 0.3%만 법인세로 냈다. 이는 아일랜드의 영업본부에서 물건을 판매한 것을 입증하면 영국 시장에서 거둔 소득도 아일랜드의 세율에 따라 세금을 낼 수 있는 제도를 이용한 것이다. 유럽연합(EU)은 하나의 시장이므로 아일랜드에 영업본부를 두면 같은 회원국인 영국에서 영업활동을 하는 데 아무런 장애가 없다. 세금인하 경쟁은 세계 곳곳에 조세피난처를 만들어냈다. 외국 기업의 자회사를 유치하면 일자리를 창출하거나, 금융과 법률 지원 등 관련 산업이 육성된다는 명분이 동원됐다. 관광이 주된 산업이던 버뮤다와 카리브해의 섬나라들이 조세피난처로 잇따라 변신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세금인하 경쟁은 그 나라의 조세 기반을 허물기 때문에 얻는 것보다는 잃는 게 더 많다. <이코노미스트>는 “국가경쟁력을 결정하는 교육과 복지, 기타 사회간접자본의 수준은 세율이 높은 나라일수록 더 높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심각한 빈부격차를 해소하는 데 조세만큼 확실한 정책 수단이 없다. 미국과 유럽연합이 최근 역외탈세에 대한 국제 공조를 강화하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이코노미스트>가 분석했다. 이춘재 기자 c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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