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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8.22 18:45 수정 : 2005.08.22 19:23

④ 일본-신뢰잃은 어정쩡한 개혁

2017년까지 3대 보험료 대폭 인상키로
3년째 적자행진…작년에만 1707억엔
50살 이후부턴 ‘보험료>수령액’ 불만

일본 정부는 지난해 6월 연금법 개정을 단행했다. 단계적으로 연금 보험료를 올리고 급부 수준을 낮추는 게 뼈대다. 연금 적자가 해마다 늘어나는 등 수지 불균형으로 연금재정을 지탱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금제도의 구조적 문제점에 대해선 전혀 손을 대지 않아 연금제도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감을 씻어내지 못하고 있다.

개정 연금법=일본의 공적 연금은 크게 세가지로 나눠진다. 자영업자·학생 등을 대상으로 한 정액제인 국민연금, 민간기업에 고용된 회사원과 공무원 등이 각각 가입하는 소득비례 연금인 후생연금과 공제연금이 그것이다.

지난해 10월부터 시행된 개정 연금법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보험료는 지난해 월 1만3300엔에서 해마다 280엔씩 올려 2017년까지 1만6900엔으로 인상된다. 후생연금의 보험료는 지난해 13.58%(노사 절반씩 부담)에서 같은 기간 18.30%로 오른다. 현재보다 약 30% 정도 부담이 늘지만, 급부 수준은 점진적으로 내려간다. 퇴직자 평균 실수입의 59.3%로 정한 후생연금 지급액은 2023년까지 50.2%로 줄고, 국민연금 지급액도 노동력인구의 감소에 연동돼 현행 수준보다 떨어지게 된다.

정부는 연금재정 확충을 위해 국민연금에 대한 국고부담을 2009년까지 현재의 3분의 1에서 2분의 1로 올리기로 했다. 정부는 연금 개혁을 단행하며 “앞으로 100년 동안은 안심할 수 있다”고 국민들을 설득했다.

공적연금의 수지
빗나간 예상=그렇지만 연금재정이 줄어드는 속도부터 예상을 웃돌아 정부의 낙관적 전망은 출발부터 빗나갔다. 국민연금의 2004년도 수지는 1707억엔 적자다. 2002년 처음 적자로 돌아선 뒤 3년째 적자행진이 계속됐고, 그 규모도 전년도 500억엔에 비해 3배 이상 늘어나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보험료를 내는 가입자가 11만명 줄고 미납률이 개선되지 않아 보험료 납부액이 272억엔 줄어든 것이 수입 감소의 주된 요인이다.

후생연금 또한 5조엔이 넘는 큰 폭의 실질 적자를 기록했다. 보험료 인상과 가입자 증가로 수입이 1% 늘었지만, 수급자는 크게 늘어 연금 지급이 3.4% 늘어났다. 보험료 수입은 정부 예상치보다 5천억엔이나 모자란다. 후생연금은 2004년말을 기준으로 740조엔의 지급채무를 갖고 있으며, 적립금과 국고부담을 뺀 420조엔이 채무초과 상태다.

국민연금 납부율 추이
출산율 저하경향이 가속화하는 등 개정법의 전제조건도 허물어지고 있다. 개정법은 여성의 평생 출산율이 1.31로 바닥을 친 뒤 1.39로 회복되는 것으로 보고 연금재정의 수지균형을 전망했으나, 실제 출산율은 1.29까지 떨어졌다. 국민연금 보험료 납부율 또한 2007년까지 80%로 끌어올리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어서, 목표치에 미달하면 고스란히 적자로 반영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국고부담 확대를 위한 재원 마련도 쉽지 않다.

방치된 과제들=연금 고갈에 대한 우려와 함께 연금 급부의 세대간 격차도 젊은층의 불신을 불러온 가장 큰 요소로 꼽히지만 법 개정 과정에선 거의 논의되지도 않았다. 재무성 재무종합연구소는 지난 18일 보고서에서 연령별 후생연금 격차가 최고 6천만엔이 넘을 것으로 예측했다. 평생임금을 3억엔으로 가정했을 때 현재 65살인 연금가입자는 낸 보험료보다 3397만엔을 더 돌려받는 반면, 50살 이하는 보험료가 연금수령액보다 많아지고 2005년에 태어난 사람은 2823만엔이나 손해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정부와 자민당이 득표를 겨냥해 급부수준을 마구잡이로 끌어올린 때문이다. 일본은 73년 임금의 40%이던 급부수준을 60%로 올렸고, 한때는 69%까지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보험료 증가폭은 미미했고, 지난 8년 동안은 동결상태였다. 연금개혁 논의가 한창이던 2003년 시오카와 마사주로 당시 재무상이 “연금을 받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지급액을 줄이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으나 정부는 11월 중의원 선거를 앞두고 고령자의 반발을 우려해 묵살했었다.

연금의 형평성 확보와 미납·미가입 감소를 위한 연금제도의 일원화에 대한 논의 또한 지지부진하다. 야당인 민주당은 3가지 연금을 통합해 소득에 비례해 부담과 급부를 결정하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집권 자민당은 자영업자의 소득 파악이 어렵다는 이유를 내세워 후생·공제연금의 우선 일원화를 주장하고 있다.

이밖에도 연금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인 파트타임 노동자 등에 대한 대책이나, 방만한 연금기금 운용과 각종 비리로 비난을 받고 있는 연금 징수기관인 사회보험청의 존폐 문제도 제대로 논의되지 않고 있다.

도쿄/박중언 특파원 parkje@hani.co.kr


높은 미납률 대책없는 정부

불신·고용불안…작년 납부율 63.6%
기한 지난 징수불능액 작년 9800억엔

일본의 연금제도를 위협하는 가장 큰 골칫거리는 다른 나라에 비해 월등하게 높은 연금 미납률이다. 높은 미납률은 연금재정에 대한 불신을 한층 자극하고 다른 가입자에 대한 부담을 증대시켜 미납자를 늘리는 악순환을 낳을 우려가 크다.

사회보험청이 얼마전 발표한 지난해 국민연금 보험료 납부율은 63.6%에 지나지 않았다. 강제징수 등 강력한 징수방안을 도입한 결과 납부율이 최저치였던 2년 전 62.8%에서 조금 올랐을 뿐이다. 특히 젊은 세대에선 미납률이 50%에 이르러 연금재정의 미래를 더욱 어둡게 만든다. 20대 전반에선 미납률이 50.4%였고, 20대 후반에선 49.8%로 나타났다.

 국민연금의 지난해 전체 가입자 2217만명 가운데 2년 동안 보험료를 한푼도 내지 않은 사람은 전년보다 20만명 줄어든 424만명으로 집계됐다. 2년 이내 미납자를 포함하면 그 수치는 엄청나게 늘어난다. 지난해 한달이라도 보험료를 내지 않은 사람은 1119만명이다. 가입자의 절반이 미납한 경험을 갖고 있는 것이다. 그 가운데 미납기간이 6개월을 넘긴 사람이 74%나 돼 상황은 매우 심각하다. 일본에선 미납한 보험료를 걷을 수 있는 기한이 2년으로 정해져 있어, 그 이상 미납하면 징수가 불가능하다. 지난해 징수불능이 된 보험료는 9802억엔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1986년 이후 누계는 9조9584억엔에 이른다.

높은 미납률의 배경으로는 연금에 대한 불신·불만과 장기불황에 따른 가계수지 악화, 기업의 정리해고와 비정규노동 확대, 잇따른 사회보험청의 비리, 보험료징수방식의 변화 등을 꼽을 수 있다. 특히 2002년 기초자치단체가 하던 징수업무를 사회보험청으로 옮기면서 가입자에 대한 구체적 정보를 얻지 못하는 등 관리가 부실해 징수의 효율성이 크게 떨어졌다.

후생연금 또한 기업도산 증가 등의 영향으로 2003년 521억엔을 징수할 수 없게 됐다. 이는 10년 전의 약 7배에 이르는 수치다. 본인이 연금 가입을 원치 않더라도 강제가입이 가능하지만 실제로는 그런 절차를 거의 시행하지 않아 연금 미가입자도 적지 않다.

일본 정부는 국민연금 납부율을 2007년까지 80%대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징수업무와 대국민 홍보를 강화하는 것 외에는 뾰족한 대책이 없는 실정이다. 미납자가 많으면 앞으로 무연금자가 크게 늘어나 그만큼 정부의 생활보호에 의존하는 고령자와 국민들의 세부담이 늘어나게 된다. 때문에 일부에선 국민 공통의 연금은 세금으로 충당하는 방식을 도입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도쿄/박중언 특파원

“연금일원화 시행하고 소득비례부담 원칙을”

일본종합연구소 니시자와 주임 연구원

“연금일원화 시행하고 소득비례부담 원칙을” 니시자와
일본에서 손꼽히는 연금문제 전문가인 니시자와 가즈히코(사진) 일본종합연구소 경제사회정책연구센터 주임연구원은 지난해 연금법 개정에 대해 “필요한 조처이긴 하지만 충분한 것은 아니다”고 평가했다. 그는 “법률이 한번 만들어지면 구조적 문제에 손을 댈 동기가 사라지게 된다”며 어정쩡한 연금개혁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연금법 개정에 대한 국민들의 반응이 차갑다.

=보험료 부담이 늘어나는 데 대한 기본적인 반감과 구조적 문제 방치에 따른 불만이 컸다. 국회의원들의 연금미납 파동에다 국회의 법안 강행 통과 등으로 이미지도 매우 나빴다. 사회보험청의 비리도 한몫했다.

-보험료 미납율이 왜 이렇게 높은 것인가?

=임시직이나 단기 노동이 많은 젊은층에선 고용이 안정되지 못해 연금의 부담이 크다. 반면, 전문직처럼 소득이 높은 사람들은 연금 가입에 매력을 느끼지 못해 외면한다. 세금과 달리 연금 미납에 대해선 벌칙이 없고, 징수기관에 독촉 의무가 있는 것도 아니다.

-정부는 법 개정으로 연금재정의 수지균형을 확보했다고 하는데.

=보험료를 올린다고 징수가 늘어난다는 보장이 있는 것은 없다. 정부의 시나리오는 상당히 불확실하기 때문에 국민들의 불안을 줄이기 힘들다. 엄청난 정부 재정적자를 고려할 때, 정부의 지급능력에 대한 불안도 적지 않다.

-당장 개선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

=출산율이 떨어지고 고령인구가 늘어나는 상황에선 젊은층의 부담 증가가 불가피하지만 조금이라도 개선하지 않으면 젊은층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 현재 연금을 받고 있거나 곧 받을 사람들의 급부 수준을 낮추는 게 필요하다. 정부는 2023년까지 점진적으로 낮춘다는 방침이지만, 지금 또는 단카이세대(1947~49년 출생)의 대규모 퇴직이 예정된 2007년 한꺼번에 크게 낮추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연금제도의 기본틀은 어떻게 손질해야 하나?

=연금을 일원화하고 가입자의 경제력에 따른 보험료 부담의 원칙을 마련해야 한다. 세금과 마찬가지로 소득에 비례해 보험료를 걷는 것이다. 그런데 자영업자와 봉급생활자의 형평성을 맞추기 힘들어 소득비례 보험료의 책정과 징수가 간단치 않다. 따라서 소비세로 보험료를 부담하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약 3%의 연금목적 소비세를 신설하면 국민연금 보험료는 충당 가능하다.

이와 함께 연금고갈을 걱정하는 것보다 젊을 때 열심히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데 더 주력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연금제도에 대한 부담을 줄이는 길이기도 하다. 도쿄/박중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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