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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6.12 20:22 수정 : 2013.06.13 08:53

정부 재정적자 감축·구조조정 일환
노동자총연맹·언론노조 항의파업

“곧 모든 <그리스방송공사> 채널들의 화면이 시커메질 겁니다.” 침통한 표정의 여성 앵커가 마무리 발언을 마치자 그리스 국영 <그리스방송공사>(ERT)의 화면이 거짓말처럼 검게 변했다. 11일 그리스 정부가 재정적자를 감축하려고 이 방송사의 방송을 일시 중단시킨 탓이다.

그리스가 유럽중앙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 등이 제공하는 구제금융에 따른 추가 조처로 국영방송에 대한 구조조정을 단행하기로 했다고 영국 방송 <비비시>(BBC) 등이 이날 보도했다. 그리스 정부는 <그리스방송> 기자와 프로듀서 등 약 2700명을 감원한 뒤 작고 독립적인 방송사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 방송사 출신의 정부 대변인 시모스 케디코글루는 “<그리스방송>은 투명성이 부족하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낭비가 심했다. 다른 텔레비전방송보다 비용은 3~7배 더 들지만, 시청률은 민영방송의 절반 수준”이라고 비난했다. 1938년 설립된 이 방송사는 3개의 텔레비전 채널과 4개의 라디오 채널을 갖고 있다. 그리스 국회는 88억유로(약 114억달러)의 추가 구제금융을 받기 위해 내년까지 1만5000명의 공무원을 감원하는 법안을 지난 4월 통과시켰다. <그리스방송>에 대한 구조조정은 이 법안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국영방송 중단은 그리스 안팎에서 거센 비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리스방송> 기자들은 정부의 조처를 따르지 않고 인터넷텔레비전을 통해 뉴스 생방송을 진행했다. <그리스방송> 노조는 “사태가 정상화가 될 때까지 방송사 밖으로 나가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리스노동자총연맹(GSEE)은 이날 성명을 내 “<그리스방송> 폐쇄는 쿠데타와 다름없다”며 13일에 24시간 총파업을 열기로 했으며, 그리스언론노조도 12일 연대파업에 돌입해 민간 방송사의 뉴스 제작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폐쇄 결정 이후 방송사 건물 밖엔 시민 1000여명이 모여들어 방송사 노조와 함께 항의 집회를 열고 있다. 유럽방송사노동조합도 그리스 정부에 서한을 보내 휴업조처를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이춘재 기자 c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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