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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미국 관계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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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관 개설 협상중·테러지원국 제외 예정” 카다피, 부시 초청…미국선 경제제재 완화 ‘리비아식 WMD 해법’ 부시 외교 성공사례로
리비아의 대량살상무기(WMD) 포기선언 뒤 꾸준히 다가서고 있는 미국과 리비아가 관계 정상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무암마르 카다피 리비아 지도자의 후계자로 알려진 둘째 아들 사이프 알 이슬람 카다피는 22일 두 나라 당국자들이 대사관을 개설하는 문제를 협상하고 있다며 “미국이 며칠 안에 리비아 트리폴리에 대사관을 개설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아에프페통신> 등이 보도했다. 그는 미국은 올 연말께 리비아를 테러지원국 명단에서도 제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 대사관 개설 임박?=미국 정부는 대사관 개설에 대해 아직 확실한 언급은 하지 않고 있다. 숀 맥코맥 국무부 대변인은 22일 “리비아가 인권과 민주주의, 테러와의 전쟁에서 계속 진전을 이룬다면 우리도 그에 합당한 선의의 행동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대사관 개설을 위한 추가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2003년 리비아의 대량살상무기 포기 뒤 두 나라 관계가 극적으로 달라졌고 여러 현안에 대해 대화하고 있다”며 관계정상화로 나아가겠다는 원칙은 분명히 했다. 지난 3월 윌리엄 번스 당시 미 국무부 차관보는 올 하반기에 리비아에 대사관을 열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앞서 19~20일 리비아를 방문한 리처드 루가 미 상원 외교위원장은 카다피 부자 등을 만나 두나라 관계정상화 절차를 논의했다. 루가 위원장은 “카다피 지도자가 조지 부시 미 대통령과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을 리비아로 초청했다”고 밝혔다. ‘반미국가’에서 ‘리비아해법’으로=‘반미의 선봉장’으로 유명했던 카다피 리비아 지도자가 지난 2003년 12월19일 “자유의지에 따라 대량살상무기 프로그램을 모두 포기한다”고 선언한 뒤 미국 정부는 리비아를 ‘부시 행정부 외교의 성공사례’로 추켜세우고 있다. 미국은 북한과 이란도 자발적으로 먼저 대량살상무기를 포기하는 ‘리비아식 해법’을 받아들이라고 강요하고 있다. 사실 리비아는 부시 행정부가 들어서기 훨씬 전인 1990년대 초부터 미국에 관계개선을 꾸준히 요구하며 클린턴 행정부와도 비밀협상을 계속해 왔다. 양국 관계의 최대 걸림돌이던 1988년 팬암기 폭파사건 해결을 위해 용의자 인도, 책임 인정과 희생자 배상에도 적극 나섰다. 미국의 오랜 경제제재로 원유생산이 급감하는 등 경제난이 심각해졌고, 국내 이슬람주의자들의 위협도 커져 돌파구를 찾아야 했기 때문이다. 리비아의 화해 조처에 맞춰 미국은 지난해 6월 대사관 폐쇄 24년만에 트리폴리에 연락사무소를 열었다. 원유 수출 등 경제제재도 상당 부분 해제했다. 특히 지난 1월 리비아의 원유 채굴권 국제입찰에서는 미국계 석유회사가 전체 15개 광구중 11개를 차지함으로써 20년만에 리비아에 돌아왔다. 리비아의 원유 확인매장량은 390억배럴이지만 국토의 75%는 아직 탐사조차 되지 않아 실제 매장량은 몇배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유럽시장과도 매우 가까워 미국 석유기업들은 오랫동안 리비아와 관계개선을 정부에 요구해 왔다.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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