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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8.23 18:36 수정 : 2005.08.23 18:51

지난 3월 국회 보건복지위 소회의실에서 열린 국민연금법 개정 소위. 여야는 지난 7월 국회 차원의 국민연금개혁특위 구성에 합의했지만,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⑤ 한국-겉도는 연금개혁

선거 맞물려 9월 국회합의 안되면 또 몇년 허송 우려

당리당락 좇아처리 미룰수록 미래세대 부담 가중 

국회로 공이 넘어가 있는 한국의 국민연금 개혁은 여야간 입장 차이가 워낙 커 3년째 표류중이다.

연금 개혁법안이 오는 9월 정기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처리되지 못할 경우 차기 정권으로 넘겨질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2006년 지방선거, 2007년 대통령선거 등과 맞물려 연금 개혁 문제가 표심을 잡기 위한 주요 정치쟁점 중 하나로 뜨겁게 달아오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연금 개혁을 둘러싼 핵심쟁점은 ‘재정 안정화’와 ‘사각지대 해소’ 두 가지로 압축된다.

현행 국민연금을 그대로 이끌고 나갈 경우 ‘적게 내고 많이 받는’ 문제가 쌓여 2047년이면 재정이 고갈될 뿐만 아니라, 지난 4월말 현재 지역가입자의 절반을 웃도는 462만명이 실직 등을 이유로 보험료 납부 예외자 처지에 놓여 있는 등 노후보장의 사각지대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열린우리당의 연금 개혁안은 ‘적정 부담, 적정 급여’로 재정 안정화를 이루는데, 제1야당인 한나라당은 기초연금제로 사각지대를 해소하는데 각각 초점을 맞추고 있어 양쪽 모두 ‘반쪽 해결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여당쪽은 기존의 국민연금 틀을 유지한 채 개선하는 게 더 현실성 있는 노후보장 대책임을 강조하는 한편, 사각지대 문제는 취약계층에 대한 경로연금을 확대·강화해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지 않느냐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국민연금 장기 재정 전망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열리우리당 간사인 이기우 의원은 “한나라당이 제안한 기초연금은 조세 부담이 막대해 국민적 동의를 얻기 어렵다”며 “용돈 수준의 기초연금을 국민에게 주기 위해 국민연금을 포기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모든 국민에게 기여도에 상관없이 최소한의 연금을 보장해주는 내용의 기초연금 이외에 다른 대안은 있을 수 없다는 강경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보건복지위 한나라당 간사인 박재완 의원은 “기초연금 시행에 필요한 자금은 기초생활보장 등 다른 복지비용이 절감되는 것을 감안할 경우 시행 초기에는 연간 6~7조원 정도로 추정된다”며 “그 정도 재원은 최저가낙찰제 도입 등으로 정부 예산을 아끼면 조달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국민연금 현황

보건복지위 소속 현애자 의원(민노당)은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전혀 다른 안을 갖고 대립하기 때문에 합의안을 도출하기 어려운 것”이라며 “연금 개혁은 반드시 해야 하지만 서두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출산기간을 연금 가입기간에 포함해주는 출산 크레딧 도입 등 여야간 이견이 거의없는 제도개선은 우선적으로 하되, 연금 급여 수준의 하향조정, 기초연금제 도입과 같은 중대사안은 사회적 합의기구를 통해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 추진하자는 뜻이다.

하지만 정치권이 당리당략 차원에서 각자의 명분만을 앞세워 연금개혁을 차일피일 미룰 경우 그 부담은 결국 국민들한테 전가될 것이고, 그것은 다시 부메랑이 되어 정치권 모두의 책임으로 되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여야는 3년째 표류하고 있는 연금 개혁의 시급성을 의식한 듯 지난 7월 국회 차원의 국민연금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합의했지만, 9월 정기국회를 코 앞에 두고도 아직까지 진전을 시키지 않고 있다.

 국민연금관리공단 산하 국민연금연구원 노인철 원장은 “연금 개혁은 늦으면 늦을수록 어려워지므로 이번 정기국회에서 해야 한다”며 “연금 개혁을 미루면 미룰수록 미래 세대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탄생한 지 17년째로 접어든 국민연금은 오는 2008년이면 가입기간 20년을 꽉 채운 완전노령연금 수급자들이 대량으로 발생해 전체 수급자가 2005년 4월말 기준 148만명에서 2008년 248만명으로 급증하게 된다. 이들 기득권 수급자에 비해 보험료는 올리고 급여 수준은 낮추려는 연금 개혁에 대해 일반 가입자들이 지금보다 더 크게 반발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또 정부가 국민연금 재정추계 작업을 지난 2003년에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현행 연금제도를 개혁하지 않을 경우 미래 세대는 2050년에는 소득의 30.0%, 2060년에는 36.6%, 2070년에는 39.1%를 보험료로 납부해야 한다.

우리의 미래 세대는 우리와 동일한 연금 혜택을 받기 위해 우리가 내고 있는 보험료(소득의 9%)의 4배 이상을 부담해야 하는 것이다. 안영진 기자 youngjin@hani.co.kr


한나라당 더 급진적…표심잡기 의혹

세금 많이 드는 ‘기초연금제’ 주장

한국의 국민연금은 1988년 1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처음 도입된 뒤 크게 3단계를 거쳐 전국민으로 확대됐다.

1992년엔 5인 이상 사업장으로, 1995년엔 농어촌 주민으로, 1999년엔 도시지역 자영업자로 확대됨으로써 전국민 연금시대가 열린 것이다.

 국민연금은 ‘40년 가입시 생애임금의 70%를 보장’(소득대체율 70%)하는 등 저부담 고급여 체계로 인한 재정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1998년 소득대체율을 60%로 낮추고, 연금 수급 연령을 단계적으로 65살까지 높이는 등 1차 연금개혁을 실시했다. 그러나 1차 개혁은 정치권의 선심에 의해 소득대체율이 정부안의 55%에서 60%로 상향조정되는 등 부분 개혁에 그쳤다.

이번 연금개혁은 2차에 해당한다. 정부안은 소득대체율을 2008년부터 50%로 낮추고, 보험료율은 현행 9%에서 2010년부터 5년마다 1.38% 포인트씩 올려 2030년부터 15.9%를 적용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열린우리당의 연금 개혁안은 정부와 궤를 같이 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다만 열린우리당은 사각지대를 줄이는 것을 겨냥해 유시민 의원을 대표 발의자로 경로연금 확대를 뼈대로 한 노인복지법 개정안을 제출해놓고 있다. 이 개정안의 골자는 차상위계층과 같은 빈곤노인에 대한 경로연금 지급 대상연령을 72살에서 65살로 낮추는 것이다.

한나라당의 연금개혁안은 65살 이상의 모든 국민에게 국고를 재원으로 일정액의 기초연금을 지급하고, 사업장은 의무적으로 자영업자는 선택할 수 있도록 해 소득의 7%를 보험료로 납부하는 소득비례연금을 도입하는 것이다. 또 18살 이상 3급 이상 중증장애인에게는 기초장애연금을 지급한다. 기초연금과 소득비례연금의 소득대체율은 20%로 두 가지를 합칠 경우 맞벌이 부부의 소득대체율은 40%가 된다.

흥미로운 것은 한나라당이 막대한 세금이 필요한 복지정책인 기초연금제를 제안한 것을 놓고 여권 주변에서는 ‘당 정체성과 맞지 않으며, 사각지대 해소를 명분으로 연금개혁을 주도해 표심을 잡으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안영진 기자

“무상복지 아닌 ‘기여원칙’ 세계추세”

김상균 서울대 교수 

“무상복지 아닌 ‘기여원칙’ 세계 추세”
“연금 개혁은 단계적으로 해당 국가의 특수성을 고려해 이뤄져야 한다.”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김상균 교수는 우리나라의 연금개혁이 표류하고 있는 것에 대해 그 책임의 상당 부분을 연금개혁을 비약적으로 하려는 한나라당을 비롯한 정치권과 일부 식자층한테 돌렸다.

우리나라 복지제도는 기여원칙이란 바탕 위에 구축되어 있고 국민연금도 예외는 아닌데, 조세원칙에 의한 기초연금제를 곧바로 도입하려는 것은 ‘중간 단계를 생락한 비약’이라는 게 김 교수의 입장이다.

사회보험 원칙으로도 불리는 기여원칙은 기여한 만큼 나중에 돌려받는 것으로 개인의 책임을 강조하는 반면에 조세원칙은 기여 여부에 상관없이 국가가 무상 복지를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기초연금제 도입은 우리나라의 연금 구조를 완전히 뒤바꾸는 것을 의미한다. 또 국민연금처럼 1단계에 도입한 공적연금의 재정을 안정화시키는 2단계를 거치지 않은 채 기초연금과 개인연금, 퇴직연금 등으로 다층 노후보장체제를 구축하는 3단계로 바로 직행하는 것이기도 하다.

한국을 포함해 대다수의 개발도상국 및 저개발 국가들은 공적연금 도입 초기에 공적연금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일반 국민들의 적극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적게 내고 많이 받는’ 체계를 채택했기 때문에 재정안정화 조처를 단행해 재정 불안을 해소하는게 우선 순위라는 뜻이다.

 그는 “세계은행은 연금 개혁에서 시장원리를 강조하는 한편 동구권 국가들을 대상으로 다층 노후보장 연금체계를 밀어부쳤으나 실패했다”며 “이 때문에 세계은행은 최근 연금개혁에서 국가별 고유성을 반영하는 쪽으로 입장을 바꿨다”고 말했다.

또 서유럽 선진국들이 조세원칙에 의한 연금 제도를 도입했다가 인구의 노령화와 저성장이 진행되면서 정부재정 적자 규모가 커지자 연금기금을 적립하는 방식의 기업 및 개인연금 등을 도입하는 쪽으로 연금개혁을 하는 등 기여원칙을 강화하는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한국의 국민연금은 이미 정부 주도의 공적연금 체계 아래 기여원칙에 의해 막대한 기금을 적립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급속한 인구 고령화에 더 잘 대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장기적인 연금개혁 방향에 대해 “국민연금과 같은 공적연금은 노후 보장의 40~50%를 담당하도록 하고, 나머지 부분은 올 12월부터 노사합의에 따라 기업별로 도입되는 퇴직연금, 개인연금, 기타 부동산 및 금융 소득 등에 의해 이뤄지도록 노후보장책을 다층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나라당이 기초연금제를 밀어부치는 것도 성급한 일이지만, 우리나라 정당들이 연금이란 제도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를 하지 못한 채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입장을 바꾸는 것도 연금개혁을 표류시키는 데 한몫 거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2003년 대선 당시 이회창 후보는 지금의 정부안처럼 ‘더 내고 덜 받는’ 연금개혁안을 주장했고 노무현 후보는 그것에 반대했는데, 지금에 와서는 두 진영이 정당한 사유없이 정반대의 입장에 서서 대립하고 있다는 것이다. 안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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