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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7.15 21:05 수정 : 2013.07.15 23:06

라자마누 마을의 청소년들. 고립된 환경에서 자란 이들 사이에서 ‘라이트 왈피리’라는 새로운 언어가 생성돼 세계언어학계의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사진은 오스트레일리아 노던테리토리에서 왈피리어를 쓰는 원주민 마을의 청소년교육 단체인 ‘왈피리청년개발애버리지니코퍼레이션’(WYDAC)의 누리집에서 갈무리.

도시서 먼 인구 700명 라자마누
20대 이하 젊은층 새 언어 개발
영어·크리올어 등이 섞여서 진화

오스트레일리아 북부의 한 고립된 원주민 마을에서 최근 새로 생성된 언어가 발견됐다. 세계화와 교통·통신의 발달로 소수민족 언어 등이 급속히 소멸하는 추세에 비춰 새 언어가 탄생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언어가 초기에 어떻게 생성되는지를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인류의 언어 연구에 큰 자산이 되리라는 기대가 높다.

오스트레일리아 노던테리토리의 한 원주민 마을인 라자마누에서 젊은층 사이에 쓰이는 언어가 신생 언어로 판명됐다고 <뉴욕타임스>가 미국 미시간대의 언어학자 카멜 오샤니 교수의 연구 결과를 인용해 15일 보도했다. 인구 700명의 이 마을에서 35살 이하의 주민 약 350여명이 사용하는 이 언어는 기존 언어의 방언이나 기존 언어의 혼성어인 크리올이 아닌, 독특한 문법체계를 지닌 새로운 언어라고 분석한 연구 결과를 오샤니 교수가 언어학 전문 학술지인 <언어> 6월호 등에 발표했다. 이 언어는 ‘왈피리 람파쿠’ 또는 ‘라이트 왈피리’로 명명됐다.

라자마누 마을에서는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인 애보리진의 한 언어인 왈피리를 지금도 사용하고 보존하고 있지만, 이 마을의 고립된 독특한 환경 때문에 젊은층을 중심으로 새 언어가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이 마을은 대도시인 다윈이 북쪽으로 885㎞, 가장 가까운 상업 도시인 캐서린이 남쪽으로 547㎞ 떨어져 있다. 마을로 통하는 포장도로가 없어서, 우기인 12~5월 사이엔 육로로의 접근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일주일에 한번 항공편으로 우편이 배달되고, 식량 및 일용품을 실은 트럭이 드나든다. 지난 1948년 왈피리어 사용 마을인 유엔두무가 기근과 인구 과잉에 시달리자, 연방정부가 그 마을 주민 약 550명을 북쪽으로 약 645㎞ 떨어진 지역으로 강제 이주시키면서 이 마을이 만들어졌다.

이 마을의 인구는 현재 20살 이하가 절반 이상이다. 고립된 이후 태어난 젊은층 사이에 새로운 언어가 만들어진 셈이다. 이 언어의 많은 단어들은 영어나, 영어와 원주민어의 혼합어인 크리올에서 유래됐으나, 젊은 사람들은 전혀 새로운 방식의 말하기를 개발해, 자신들의 모국어로 받아들였다고 덴마크 아라후스대의 피터 바커 교수가 지적했다.

오샤니 교수에 따르면, 언어의 발달은 두 단계를 거친다. 첫 단계는 세가지 언어를 합친 아기언어다. 아이들에게 말하는 부모에서 시작된다. 둘째 단계에서 아이들은 이 아기언어의 문법과 구문에, 특히 동사 구조에 급진적인 변화를 줘서 모국어로 받아들인다. 라자마누 마을에서 새 언어가 생성된 이유로 오샤니 교수는 ‘정체성’을 들었다. 라자마누의 어린이들이 새로운 말을 만들어낸 뒤, 이 언어로 라자마누 공동체의 젊은 왈피리족이라는 그들의 정체성을 만들었으리라고 오샤니 교수는 추정했다. 그는 “노년층들은 기존 왈피리어를 보존하기를 원하나, 그렇게 될지 확신할 수 없다”며 “라이트 왈피리가 훨씬 더 강력해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 세계에는 약 6000~7000개의 언어가 사용되고 있으나, 이 중 50~90%는 2100년께면 소멸될 것으로 추측된다. 5천만명 이상이 사용하는 상위 20개 언어가 세계 인구의 약 50% 사이에서 사용되며, 대부분의 언어가 1만명 이하의 사용자를 가졌을 뿐이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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