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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7.16 15:19 수정 : 2013.07.16 22:29

미 언론 “서양 혐오증 늘것” 보도

서양 남성들의 한국인 여성 성추행 장면을 담은 인터넷 동영상이 한국에서 격렬한 논쟁을 일으키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15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 신문 인터넷판은 ‘현지 여성을 괴롭히는 서양 남성들의 동영상에 들끓는 한국 웹 커뮤니티’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78초 분량의 인터넷 동영상 내용을 보도했다. 이 동영상은 한 백인 남성이 한국의 한 나이트클럽에서 술에 취한 것으로 보이는 한국 여성을 괴롭히고 추행하는 장면을 다른 외국인 남성이 촬영한 것이다. 두 남성은 저속한 표현과 욕설, 한국 여성을 비하하는 발언들을 시종일관 쏟아냈다. 영상에 등장하는 남성은 특히 여성의 코에 손가락을 집어넣은 뒤 그 손가락을 여성의 입에 넣는가하면, “왜 너는 다른 한국 여자애들처럼 성형수술을 하지 않느냐”고 크게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이 여성은 외국 남성들의 추행이 심해지자 거칠게 반항하며 욕설을 한 뒤 이들을 뿌리치고 나갔다.

이 동영상은 피해 여성의 얼굴을 가리지 않고 한국어 자막까지 붙은 채 지난달 8일 유튜브에 올랐으나, 유튜브 규정에 맞지 않은 부적절한 내용이라는 이유로 즉각 삭제됐다. 그러나 한국의 한 포털사이트가 이 영상을 받아서 올렸고, 최근에 페이스북에 게재된 뒤 네티즌들이 이를 퍼나르면서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신문은 이 동영상에 등장하는 남성들이 한국에 있는 모든 외국인을 대표하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에서 서양인에 대한 혐오증이 크게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과거 세계 열강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고통받은 아픈 역사를 갖고 있고, 수십만명 규모의 미군이 지금도 수도인 서울을 비롯해 곳곳에 주둔해 있는 한국인들로서는 서양 남성들의 폭력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한국인 여성의 모습을 보면서 불편한 감정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에 사는 일부 서양 남성들은 술에 잔뜩 취한 채 젊은 여성들을 향해 소리를 지르거나 추근대는 등 본국에서는 용서가 안되는 일탈 행위를 일삼는다고 언급하며, 이들로 인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에서 서양 남성들에 대한 혐오증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일본에서도 1990년대에 젊은 서양 남성들이 일본인들을 함부로 대하거나 비하하는 행위가 심각한 사회문제가 된 적이 있음을 지적했다. “본국에서 그리 성공적이지 못했던 서양 남성들이 일본에 건너와 생김새와 언어에서 비롯한 근거없는 우월감에 젖어 함부로 행동”하는 바람에 큰 문제가 됐었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한국에서도 최근 함량미달의 영어 원어민 강사들의 일탈 행위가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됐었다고 언급하며, 2012년 한 방송사의 고발 프로에 등장하는 등 미디어의 단골 소재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 동영상에 대해 일부 한국의 네티즌들은 오히려 술에 취한 여성을 비난하는 댓글을 달았다. 신문은 “현장에서 이 여성을 구하려는 ‘영웅’은 없었다”며 “선진국치고는 남녀차별이 심한 것으로 평가받는 한국의 씁쓸한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춘재 기자 c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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