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07.29 20:20
수정 : 2013.07.29 21:13
EU, 반덤핑관세 안물리기로 결정
단호한 대응 요구했던 미국 ‘실망’
미-EU FTA 협상서 문제 지적할듯
중국산 태양광 패널에 반덤핑관세를 물리지 않기로 한 유럽연합(EU)의 결정이 미국과 유럽연합 사이에 미묘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유럽연합이 중국의 보복을 우려해 미국의 공조 요청을 거절한 탓이다.
유럽연합은 27일 중국산 태양광 패널의 최저 가격을 와트당 0.56유로(약 826원)로 정하는 대신 반덤핑관세는 물리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유럽연합은 중국 업체들이 유럽 제품의 30~40%에 불과한 가격으로 유럽 시장의 80%를 점유하고 2011년 한해 동안 무려 270억달러(약 29조9000억원)어치를 유럽 시장에 수출하는 등 폭리를 취하자, 지난 6월4일 중국산 태양광 패널에 11.8%의 잠정 반덤핑관세를 부과했다. 또 중국이 가격 조정을 하지 않으면 8월6일부터 반덤핑관세를 47.6%로 올리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중국이 곧바로 유럽산 와인에 대해 반덤핑 조사에 착수하는 등 무역보복 움직임을 보이자, 유럽연합은 부랴부랴 중국과 협상에 나섰다. 중국이 최저 가격을 제시하는 등 수출 가격을 재조정하겠다고 약속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합의한 것이다. 중국도 유럽산 와인에 대한 반덤핑 조사를 중단하는 조처로 화답했다. 합의한 최저 가격은 종전 가격보다는 비싸지만, 여전히 유럽이나 미국산 태양광 패널 제품보다는 25% 정도 싼 것이라고 <뉴욕타임스>가 28일 보도했다.
미국은 유럽연합의 결정에 큰 실망감을 나타내고 있다. 버락 오바마 정부는 그동안 물밑에서 유럽연합에 중국의 저가 공세에 단호하게 대응해 달라고 주문해왔다. 미국에선 이미 12개 태양광 패널 제조업체가 중국산 제품과 가격경쟁을 벌이다 파산했다. 국영은행의 무이자에 가까운 대출과 정부 보조금으로 무장한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를 이기지 못한 것이다.
미국은 이번 합의로 중국의 저가 수출품 공세가 더욱 강화되리라 우려하고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전했다.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가 정한 규칙을 따르지 않고 힘을 앞세워 수출시장을 공략할 수 있다는 잘못된 판단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현재 진행중인 미-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서 이번 합의의 문제점을 지적할 것이라고 신문은 내다봤다.
한편, <파이낸셜 타임스>는 독일의 이중적인 태도가 유럽연합 회원국들 사이에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도 전했다. 애초 유럽연합에 중국에 대한 제재를 요청한 주체는 독일의 태양광 전지 제조업체들이었다. 하지만 중국의 무역보복으로 폴크스바겐과 바스프 같은 대기업들이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자,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유럽연합에 중국에 대한 반덤핑관세 부과를 재고해달라고 요청했다. 독일의 태양광 전지 제조업체들은 폴크스바겐 등에 비해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들이다. 메르켈 총리가 대기업들을 보호하려고 총대를 멨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춘재 기자
c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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