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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는 전자우편, 블로그, 전자책, 사진 및 음원 파일 등 방대한 데이터를 축적하게 된다. ‘디지털 재산‘도 다른 유산처럼 사후에 물려줄 수 있게 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사진=FLIC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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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데이터 상속 둘러싼 논란
디지털 1세대 퇴장 앞두고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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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죽으면 블로그에 올린 글이나 내려받은 음원 등은 어떻게 될까? 부모가 유산으로 남긴 책이나 레코드는 언제든 상속받을 수 있지만 전자책이나 음원 파일 등 '디지털 유산'은 상속받기 힘들다. 아직 법 규정이 명확하게 마련되지 않은 탓이다. 계약 내용이나 약관도 서비스 업체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가장 이상적인 방식은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후손에게 일목요연하게 남기는 것이다.
인터넷과 함께 성장한 '디지털 원어민' 세대는 아직 죽음을 생각하기엔 젊다. 이들은 디지털 생활 환경의 급속한 변화에 따라 디지털 언어를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새로운 세대다. 언제나 인터넷을 즐기며, 컴퓨터와 TV를 켜놓고, 휴대전화와 MP3로 계속해서 친구들과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미니홈피와 블로그 관리에 시간을 보낸다.
디지털 원어민은 줄잡아 향후 50여년 동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올릴 것이다. 죽기 전까지 수천통의 전자우편을 주고받고 다수의 블로그 글과 대량의 사진을 업로드하게 된다. 그뿐 아니다. 전자책(e-book) 도서관을 설치하고 디지털 음악 파일을 만들게 된다. 더 나아가 지금은 누구도 생각지 못하는 진화된 방식의 디지털 작업을 하게 될 게 분명하다.
그렇다면 이들이 죽고 난 뒤 축적된 데이터는 어떻게 될까? 보통 상속인은 사망자의 모든 법률적 권리를 승계한다. 사망자의 가재도구는 물론 각종 재산과 부채를 넘겨받는다. 상속인은 장례를 치른 뒤 빈 상자를 들고 사망자의 집에서 그의 옛날 편지, 책, 레코드를 정리해 가져올 수 있다. 그러나 디지털음악·디지털사진·전자우편 같은 디지털 유품은 사용자 계정이 설정돼 있는 경우가 많다. 비밀번호를 모르면 접근 자체가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디지털 유품 규모가 비교적 작은 지금도 상속에 어려움이 많다.
독일 뮌헨의 변호사 페터 브로이티감은 "독일의 상속법 및 통신법은 전세계 평균보다 뒤처져 있다. 불완전한 법 규정 때문에 상속인과 유족이 불이익을 당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뇌르 로펌에서 일하는 그는 디지털 유품과 관련된 법률적 문제에 천착한 최초의 변호사다. 지난 6월6~8일 뒤셀도르프에서 열린 독일 변호사의 날 행사에서는 관련 법률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는 성명서가 처음으로 채택됐다.
SNS·인터넷 안의 방대한 자료들
디지털 유품 상속 문제는 단순히 피상속인과 상속인 간의 문제로 그치지 않는다. 때로는 전자우편 서비스나 SNS 제공자의 지위를 갖는 기업과도 연관된 문제다. 개인용 컴퓨터(PC) 하드웨어가 아닌 서비스 제공업체 서버에만 데이터가 저장되는 클라우드 컴퓨팅의 경우엔 특히 그렇다.
페이스북을 대표적인 사례로 꼽을 수 있다. 페이스북에 날짜 순서대로 올려진 글은 댓글과 사진을 덧붙인 한 개인의 타임라인이다. 페이스북 쪽은 이에 대해 유족이 원하면 글과 사진이 올려진 이용자 계정을 삭제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특정 페이지에 사망자의 출생신고서나 사망신고서 같은 서류와 함께 자신이 상속인임을 입증하는 증명서를 업로드하면 해당 계정을 삭제할 수 있다.
페이스북 대변인은 사망자의 페이스북 계정을 추모 모드로 전환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할 경우 페이스북 계정은 사망자 친구들만 접근할 수 있고, 그 밖의 사람들은 검색할 수 없다. 페이스북은 이를 온라인 세계에서 이뤄지는 하나의 '추모 문화'라고 설명한다. 페이스북 계정을 추모 모드로 전환시키는 데 필요한 별도의 공식 문서는 없다. 사망 공지와 더불어 인터넷 부고란 링크 등 사용자의 사망을 입증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이론적으로는 누구나 사망신고서를 제출할 수 있다. 페이스북은 사망 신고를 악용할 경우 '위증죄'가 적용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독설가라면 페이스북에 허위 사망신고를 한 것은 독일법상 위증이 아니라고 강변할 것이다. 그러나 위증은 아닐지라도 몰염치하고 뻔뻔한 행위인 것은 분명하다.
구글은 다른 방법을 택하고 있다. 구글은 지난 4월11일 이른바 '휴면계정관리서비스'(Inactive Account Manager)를 출시했다. 사용자가 자신의 계정을 한동안 사용하지 않을 경우 본인이 휴면계정관리서비스를 통해 구글에 저장된 전자우편과 사진 등의 데이터 처리 방식을 정할 수 있다. 만약 사용자가 계정을 한동안 이용하지 않으면 구글은 휴대전화로 경고 메시지를 보낸다. 그래도 사용자가 접속하지 않는다면 미리 지정된 친구들에게 이런 사실을 전자우편으로 공지한다. 친구들까지 아무런 응답이 없으면 해당 데이터는 얼마 뒤 친구들에게 공유되거나 구글에 의해 삭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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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은 사후에 인터넷 공간에 떠돌아다니는 개인정보를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처리할 수 있도록 휴면계정관리서비스를 내놨다. 일종의 ‘디지털 유언장‘이다. 사진=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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