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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8.22 08:21 수정 : 2013.08.23 08:13

불구속 상태서 남은 재판 계속
이집트 사회분열 악화 가능성
석방에 대해 국민 찬반 팽팽

2011년 ‘아랍의 봄’ 민주화 시위에 밀려 퇴진한 뒤 수감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온 호스니 무바라크(85) 전 이집트 대통령이 22일 교도소에서 석방됐다.

무바라크는 이날 오후 카이로 남부 토라교도소에서 풀려나 헬기를 타고 외부로 이동했다고 이집트 내무부가 발표했다. 이에 앞서 이집트 검찰은 무바라크의 석방을 명령했다. 무바라크는 우선 군 산하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가택연금에 처해질 예정이다. 과도정부의 하짐 바블라위 총리는 21일 무바라크가 출옥하면 곧바로 가택연금하라고 명령했다. 무바라크 석방은 그가 2011년 4월 구속돼 시위대 살해 사건 연루와 부정부패 혐의 등에 대한 재판을 받아온 지 2년4개월 만이다.

30년 동안 이집트를 철권통치했던 독재자의 ‘귀환’은 군부 쿠데타 이후 군부와 기득권 집단이 2011년 민주화 시위 이전으로 정국을 되돌리려 한다는 의구심을 더욱 키우면서, 이집트 사회의 분열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지난달 군부는 무바라크 사임 뒤 선거로 뽑힌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을 축출했으며, 최근 친무르시 시위대를 유혈 진압해 1000여명이 숨지게 했다. 무르시 대통령을 지지하는 무슬림형제단과 무르시에 반대해온 세속주의 세력의 갈등을 더욱 부채질하는 변수로도 부상할 전망이다.

<알자지라>가 수도 카이로 시민들을 상대로 무바라크 석방에 대한 반응을 조사한 내용을 보면 찬반 의견이 팽팽했다. 정보통신부 직원인 아딜 사이드 아흐마드(31)는 “재판을 질질 끌어 무바라크 세력들이 증거를 없앨 시간을 줬다. 우리 사법부는 썩었다”며 석방 조처를 강하게 비난했다. 그러나 휴대전화 대리점 주인 사라 카우캅 다우드(50)는 “무바라크가 풀려나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다. 무바라크 시절에는 치안 상태가 더 좋았고 더 잘 살았다. 지금은 모든 게 더 비싸고 실업률이 높아졌다. 무르시는 이 나라를 망쳤다”며 석방을 환영했다. 정육점 주인인 아흐마드 무함마드 압둘알(46)은 “그의 석방을 원치 않지만 사법부의 결정을 존중한다. 어차피 무바라크가 다시 대통령이 될 일은 없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무바라크의 석방이 그의 모든 혐의를 무죄로 확정하는 것은 아니며, 그는 앞으로 불구속 상태에서 계속 남은 재판을 받을 예정이다.

한편, 유럽연합(EU)의 외교장관들은 21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이집트 사태와 관련한 긴급회의를 열어 이집트에 대한 무기 수출을 중단하기로 합의했다고 <비비시>가 보도했다. 그러나 이집트에 대한 무기 수출은 유럽연합 차원이 아닌 국가별로 진행되고 있어, 이날 합의가 실효를 거둘지 불투명하다. 이춘재 기자 c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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