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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8.26 19:59 수정 : 2013.08.27 08:28

미 “시리아, 화학무기 사용 분명”
유엔 조사단 차량 총격 받기도

러 “정부군 사용했단 증거 없어”
중국도 서방 군사개입엔 반대
미, 유엔 승인없이 공습할수도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가 시리아에서 벌어진 화학무기 공격이 시리아 정부군의 소행이라고 단정하며 동맹국들과 시리아 군사개입을 위한 협의에 들어갔다. 시리아 정부가 유엔 조사단을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는데, 미국은 ‘너무 늦었다’며 일축했다.

■ 강경으로 돌아선 미국 오바마 행정부의 고위 관리는 25일 발표한 성명에서 “시리아 정권이 민간인에게 화학무기를 사용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시리아 정부가 유엔 조사단의 화학무기 피해 현장 접근·조사를 허용한 데 대해서도, “너무 늦어 신뢰할 수 없다”고 일축했다. “유용한 증거들이 (공격 뒤) 5일 동안 시리아 정권의 지속적 폭격과 다른 고의적 행동으로 크게 훼손됐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는 사실들을 계속 평가하며, 대통령이 이 무차별적인 화학무기 사용에 어떻게 대응할지 정확하게 결정할 수 있도록 (보좌)할 것”이라고 밝혔다. 26일에도 유엔 조사단 차량이 정체불명의 저격수들의 총격을 여러 차례 받았으나, 사상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유엔은 이를 화학무기 피해 조사를 늦추려는 세력의 소행으로 판단하고 있다.

전날 오바마 대통령과 국가안보팀의 회의에서 시리아에 대한 군사행동 방안이 논의됐으며, 이 성명은 회의의 강경한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라고 <뉴욕 타임스>가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유엔의 화학무기 피해 현장 조사를 둘러싸고 논의가 장기화하는 사태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의지가 단호하다고 관리들이 전했다. 공습 결정이 내려지면, 미 해군 전함에서 발사된 크루즈 미사일이 시리아 군·정부 시설 등 목표물들을 강타할 것이라고 관리들이 전했다.

■ 동맹국과 협의 오바마 대통령은 25일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가능한 (시리아 사태)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고 백악관이 밝혔다. 전날엔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와의 통화에서 이 문제를 협의했다. 미국은 유엔과도 협의를 계속하겠지만, 유엔이 군사개입의 유일한 통로는 아니라고 미국 관리들은 말하고 있다. 유엔의 군사개입에 반대하는 러시아와 중국이 포진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얽매이지 않고,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등을 활용해 개입할 수 있다는 뜻이다.

미국 행정부의 법률 전문가들은 시리아 정부가 화학무기를 사용했다는 증거만으로도, 유엔의 승인 없이 개입할 수 있는 국제법적 정당화 작업을 진행중이라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보도했다. 미국은 시리아 내전이 2년 넘게 계속되는 동안 유엔에서 러시아 등과 벌여온 힘겨루기에 더는 휘말리지 않겠다는 태도를 강조하고 있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의 통화에서 “시리아 정권이 화학무기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을 세계에 증명하려 했다면, (공격 뒤) 닷새가 지나기 전에 폭격을 멈추고 현장에 조사단이 갈 수 있게 했어야 했다”며 시리아에 대한 군사개입이 불가피하다고 통보했다. 하지만 라브로프 장관은 26일 기자회견을 열어 “아직 시리아 정부가 공격했다는 증거가 없고 유엔 안보리 제재를 거치지 않은 무력 사용은 국제법 위반”이라고 반발했다.

■ 부정적 여론, 여전한 딜레마 미국 의회도 군사개입을 지지하는 분위기지만, 여론은 부정적이다. <로이터> 통신과 입소스의 여론조사에서, 미국민의 60%는 화학무기 사태에도 미국이 시리아 내전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고 응답했다.

지난 2년6개월 동안 시리아 개입을 주저해온 오바마 행정부가 이 시점에서 갑자기 단호한 태도로 돌변한 데에는 ‘화학무기 사용이 레드라인(금지선)’이라는 기존 방침 외에도, 중동 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더는 흔들리게 할 수 없다는 전략적 판단이 작용한 탓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이집트·시리아 사태에서 미국이 계속 주저하는 태도를 보이자, 중동 지역 동맹국들의 이탈이 심상치 않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보수 왕정 국가들은 이집트 과도정부에 대한 미국의 압력을 중단하라며 반발해 왔다. 이 나라들은 미국이 시리아에 개입하지 못하면, 시리아의 동맹인 이란의 핵개발을 용인하는 신호로 비칠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미국과 아랍국 고위 관리들은 미국이 제한적 공습을 하면 시리아 아사드 정권 내부에 분열을 일으켜 아사드의 권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전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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