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09.04 20:05
수정 : 2013.09.05 11:15
예고없이 시리아 공격 반대 회견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미국이 추진하는 시리아 공격의 ‘합법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사실상 시리아 군사개입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반 총장은 3일 기자회견을 열어 “군사력 사용은 자위적 차원이거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군사 조처를 승인할 때만 합법적이다. 그것은 유엔의 확고한 원칙”이라고 밝혔다. 유엔 안보리의 승인도 없이 미국이 시리아를 공격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이날 기자회견은 존 베이너 미국 하원의장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시리아 공격 계획을 지지한다고 밝힌 직후 예고 없이 이뤄졌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반 총장은 군사 공격으로 시리아 바샤르 아사드 정권의 화학무기 사용을 억제할 수 있다는 미국의 주장에도 의구심을 표명했다. 반 총장은 “미국의 공격이 분쟁으로 파괴된 시리아를 더욱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시리아 사태 해법을 놓고 평행선을 달리는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들에 조속한 합의를 촉구했다. 반 총장은 “상임이사국들은 현재 교착 상태를 넘어 리더십을 보여줄 의무가 있다. 이는 인류에 대한 우리의 연대 책임에 관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3일 “시리아 정권의 화학무기 사용이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된다면, 러시아도 유엔 안보리의 물리력 승인을 지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유엔 승인이 없는 어떤 군사공격도 침략이 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독자적인 군사행동을 준비하고 있는 미국이 유엔 안보리의 승인을 얻는 쪽으로 돌아설 가능성은 거의 없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5~6일) 러시아에서 열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사진촬영 때, 미-러 정상이 약간 다정하게 보이는 걸 도와줄 수 있는 발언” 정도로 평가했다.
한편 반 총장은 유엔 조사단이 시리아에서 수집한 화학무기 사용 증거 샘플이 4일 유엔이 정한 실험실로 옮겨졌으며, 분석이 끝나려면 적어도 7~10일 남짓 걸린다고 밝혔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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