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방문 “금지선 세계가 설정”
G20 회의서 본격 호소 나설 듯
하원의장·원내대표들에 협조 요청
상원 외교위, 청문회 뒤 새 결의안
‘공격기간 60일 제한·지상군 반대’
절반 넘는 “공격 반대” 여론 부담
시리아 공격에 대한 의회의 승인을 받으려고 총력전에 나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존 베이너 하원의장(오하이오) 등 공화당 핵심 인사들의 지지를 얻어냈다.
오바마 대통령은 3일 오전 베이너 의장을 비롯해 에릭 캔터 공화당 원내대표(버지니아), 낸시 펠로시 민주당 원내대표(캘리포니아) 등 민주·공화 양당 하원 지도자들을 만나 협조를 당부했다. 베이너 의장은 회동 뒤 기자들과 만나 “독가스 사용은 야만스러운 짓이며 이런 일을 응징할 수 있는 것은 미국이 유일하다”고 말했다. 캔터 원내대표는 “시리아 군사개입 여부를 표결에 부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의원들의 여름휴가로 휴회한 미 의회는 9일 회기를 시작한다. <뉴욕타임스>는 4일 베이너 의장 등이 오바마 대통령을 지지했다고 다른 공화당 의원들의 반대를 잠재울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사사건건 공화당과 대립해온 오바마 대통령으로선 큰 힘을 얻었다고 지적했다.
미 상원 외교위원회는 존 케리 국무장관과 척 헤이글 국방장관, 마틴 뎀프시 합참의장을 불러 청문회를 연 뒤 이날 밤 양당 합의로 시리아에 대한 공격 기간과 규모를 제한하는 새 결의안을 마련했다. 로버트 메넨데스(민주당·뉴저지) 외교위원장과 보브 코커(공화당·테네시) 간사는 3일 밤 군사개입을 60일로 제한하되 필요하면 의회 승인을 얻어 30일을 더 연장하는 내용의 새 결의안에 합의했다. 이 결의안은 지상군 투입 금지를 명시했다. 외교위원회는 4일 새 결의안을 표결에 부칠 예정이다. 민주당과 공화당이 합의한 새 결의안은 이날 청문회에서 제기된 의원들의 우려를 반영한 것이라고 4일 <시엔엔>(CNN)이 보도했다.
상원 외교위 청문회에선 시리아 공격의 근거와 효용성을 묻는 의원들의 집요한 문제제기가 이어졌다. 톰 우달(민주당·뉴멕시코) 의원은 잘못된 정보에 근거를 둔 2003년 이라크 침공과 이번 경우가 어떻게 다른지를 따지며, 미국의 제한적 공습이 시리아의 바샤르 아사드 대통령의 권력을 더욱 공고하게 만들거나 알카에다의 발호를 돕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느냐고 물었다. 케리 장관은 “오바마 대통령은 전쟁을 벌이자는 것이 아니라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또다른 화학전을 벌이는 것을 막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케리 장관은 지상군 투입 문제와 관련해 군인들을 파견할 생각이 없다면서도, 의회 결의안에 지상군 투입을 금지하는 조항을 넣는 데는 반대했다. 케리 장관은 시리아가 화학무기를 사용하거나 이슬람 극단주의 그룹이 이를 입수하려고 할 경우엔 미군이 직접 나서 화학무기를 장악할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미국이 입수한 정보 중엔 화학무기를 실은 로켓의 탄도 궤적, 병사들한테 방독면을 쓰라고 한 시리아 정부군의 지시 등 구체적인 근거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지난달 21일 시리아에서 화학무기로 숨진 희생자가 1429명이며 이 가운데 400여명이 어린이라고 집계하고 있다. 이는 시리아 정부군의 화학무기 사용을 확신하고 있는 프랑스 정부가 집계한 희생자 숫자 281명보다 훨씬 많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이 의회 설득에 성공하더라도 여전히 군사개입에 부정적인 미국민들의 여론은 큰 부담으로 남아 있다. <워싱턴포스트>와 <에이비시>(ABC) 방송이 1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 59%가 시리아에 대한 미사일 공격에 반대하고 36%만이 찬성했다. 민주당 지지자 중에서도 반대(54%)가 찬성(42%)보다 많았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푸틴 “정부군 화학무기 사용 입증땐 공격 지지”
“수세 반군에 사용 터무니 없어”
반기문 유엔총장, 시리아 공격 반대 회견 미국의 시리아 무력 개입에 반대 의사를 밝히고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시리아 정권이 화학무기를 사용한 것이라면 물리력 승인을 지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3일 “시리아 정권의 화학무기 사용이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된다면, 러시아도 유엔 안보리의 물리력 승인을 지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시엔엔>(CNN) 등 주요 외신들이 전했다. 그러면서 “유엔 승인이 없는 어떤 군사공격도 침략이 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그는 4일 <에이피>(AP) 통신과 진행한 인터뷰에서는 “반군이 수세에 있는 상황에서 정부군이 화학무기를 사용한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일”이라며 화학무기를 사용한 것은 정부군이 아닌 반군일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미국이 추진하는 시리아 공격의 ‘합법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사실상 시리아 군사 개입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반 총장은 3일 기자회견을 열어 “군사력 사용은 자위적 차원이거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군사 조처를 승인할 때만 합법적이다. 그것은 유엔의 확고한 원칙”이라고 밝혔다. 유엔 안보리의 승인도 없이 미국이 시리아를 공격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반 총장은 군사 공격으로 시리아 바샤르 아사드 정권의 화학무기 사용을 억제할 수 있다는 미국의 주장에도 의구심을 표명했다. 반 총장은 “미국의 공격이 분쟁으로 파괴된 시리아를 더욱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시리아 사태 해법을 놓고 평행선을 달리는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들에 조속한 합의를 촉구했다. 한편 유엔 조사단이 시리아에서 수집한 화학무기 사용 증거 샘플은 4일 유엔이 정한 실험실로 옮겨졌으며, 분석이 끝나려면 적어도 7~10일 남짓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시리아 공습’?, 부시 닮아가는 오바마 [한겨레캐스트 #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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