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09.23 20:23
수정 : 2013.09.23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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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번스 리비어 전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수석 부차관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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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번스 리비어 전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수석 부차관보
최근 6자회담 참가국 협의회 참석
김계관 북 외무성 제1부상 등 만나
“북, 몇년간 ‘핵보유’ 강조해놓고서
비핵화 지지만으론 신뢰 못받아”
지난 18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6자회담 참가국 협의회(1.5트랙 회의)에 참석한 에번스 리비어 전 미국 국무부 수석 부차관보는 22일 <한겨레>와 전자우편 인터뷰에서 6자회담을 재개하려면 북한이 비핵화 약속을 말과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대표적인 북한통인 그는 국무부 한국과장과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수석 부차관보를 지내 지금도 미국 정부의 견해를 잘 이해하고 있는 인물로 여겨진다.
-이번 회의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북한이 지난 몇년간 6자회담의 목표인 비핵화를 거부해온 데 대한 우리의 심각한 우려를 전달하는 귀중한 기회였다. 관계 개선의 길은 9·19 공동성명의 목표를 받아들이고 당시 북한이 약속한 비핵화에 필요한 구체적 조처를 취해야 가능하다는 점을 북한 쪽에 상기시켰다.”
-북한의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은 “전제조건 없이 6자회담을 재개할 준비가 돼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는데,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는가?
“그의 발언은 북한이 비핵화를 추구하거나 핵무기 프로그램을 포기하겠다는 약속을 이행할 준비가 돼 있다는 충분한 보증이 되지 않는다. 북한이 그런 약속을 인정하고 이행할 준비가 돼 있지 않는 한 협상 재개는 의미가 없을 것이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20일 브루킹스연구소 연설에서 “북한은 (핵무기 포기 약속이 포함된) 9·19 공동성명과 (핵무기 프로그램 동결 약속이 포함된) 2·29 합의에 복귀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이번 베이징 회의에서 나는 북한이 핵무기 포기나 핵무기 프로그램 동결을 약속하는 것을 듣지 못했다. 왕이 부장이 그런 약속을 받았다면 자세한 내용을 듣기를 기대한다.”
-이번 회의에 비춰 볼 때 북한과 대화 재개 가능성을 어떻게 전망하는가?
“북한은 지난 몇년간 핵무기 프로그램을 확장하고, 스스로 핵보유국이라고 선언했으며, 핵무기로 미국과 다른 나라들을 공격하겠다고 위협했다. 북한이 이런 행동을 되돌리고 비핵화 약속을 이행할 준비가 돼 있다는 증거가 없다. 북한은 핵무기 프로그램 포기 약속을 이행할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을 말과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어떤 ‘행동’을 말하는 것인가?
“북한 쪽은 자신들이 극복해야 할 불신의 수준을 잘 알고 있고, 최근 몇년간 자신들의 행동과 레토릭(수사)이 입힌 손상을 잘 알고 있다. 이런 손상을 원상회복시키기 위해 북한이 무엇을 할지 결정하는 것은 북한의 몫이다.”
-김계관 제1부상은 이번 회의에서 “(한-미가 요구하는) 전제조건은 9·19 공동성명 합의 정신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반발했는데, 이에 대한 견해는?
“북한은 분명한 말과 행동을 하라는 미국의 요구사항을 협상의 ‘전제조건’이라고 칭하기로 했다. 나는 동의하지 않지만, 변함없는 사실은 최근 몇년간 북한의 거의 모든 성명과 행동은 핵무기 보유국이 되겠다는 결의를 보여주었다는 것이고, 지금은 비핵화 원칙을 지지한다고 주장한다. 우리가 이런 성명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북한은 9·19 공동성명의 문구와 정신을 위반했다. 북한은 핵무기 보유 의도를 공개적으로 말했다. 미국과 6자회담 당사국들이 북한에 비핵화에 대한 진지함을 보여주도록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왕이 외교부장은 19일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과 회담에서 6자회담 재개를 촉구했는데, 미국 정부는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으로 보는가?
“미국은 중국의 비핵화를 위한 다자협상 재개 노력을 고맙게 여긴다. 그러나 협상의 한 당사자가 협상의 목표에 대해 진지하지 않으면 대화 재개는 생산적이지 않을 것이다. 미국은 북한이 비핵화 목표를 공유하고 지향하겠다는 것을 보여주는 구체적 조처를 추구하고 있다. 북한이 그런 약속과 함께 적절한 조처를 취하지 않는 한, 미국은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시기가 무르익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본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
사진 신화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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