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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10.02 21:11 수정 : 2013.10.02 22:15

지난달 22일 타이 방콕 중심가의 예술문화센터 앞에서 1만여명이 모여 정부의 물관리사업 중 일부인 매웡댐 건설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방콕/이유주현 기자

타이 환경단체 사무총장, 388㎞ 국토행진 시위
첫날 3명 동참…열흘째 마지막날엔 1만명 넘어

이렇게 사람들이 많이 모인 건 드문 일이라고 다들 입을 모았다. 9월22일 오후 타이 방콕 시내 한가운데 자리잡은 예술문화센터는 ‘매웡댐 반대’라고 적힌 흰 티셔츠를 입은 시민들로 북적였다. 문화센터 앞 광장, 센터 앞 도로와 모노레일을 잇는 육교, 건물 안 로비, 모두 사람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이날은 타이 북서부에 있는 매웡숲을 파괴하는 댐 건설에 반대해 타이 환경운동단체인 ‘습 나카사티안 재단’ 사무총장인 사신 찰름랍(45·사진)이 열흘 동안 벌인 걷기시위의 마지막 날이다. 사신은 타이 북쪽 나콘사완에서 출발해 열흘 동안 388㎞를 걸어 이날 오후 방콕에 입성했다. 첫날엔 사신과 함께 걸은 이가 3명이었지만 그의 걷기시위가 페이스북 등을 통해 알려지자 점차 많은 이들이 동참했다. 9월21일엔 200명이, 급기야 마지막날인 9월22일엔 1만여명이 사신과 함께 걸었다. 사신은 햇볕에 검게 그을리고 소낙비와 거친 잠자리에 지쳐 있었지만 만족스러워 보였다.

사신은 <한겨레> 기자와 만나 “지난 10년 동안 정치 관련 시위 말고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인 적이 없었다”며 “앞으로 우리는 정부에 매웡댐 건설 외에 홍수를 막을 수 있는 다른 여러 대안을 제시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900㎢ 넓이의 매웡댐 예정지는 타이에서 처음으로 지정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지역의 일부로, 호랑이 등 멸종 위기 야생동물들이 살아가는 남아시아의 중요한 생태축이다. 타이 정부는 앞으로 5년 안에 끝낼 계획인 3500억밧(약 11조원)짜리 물관리사업의 일환으로 매웡댐 건설을 밀어붙이고 있다. 매웡댐은 한국수자원공사가 맡은 공사와는 관계없는 지역에 속하지만, 앞으로 물관리사업에 대한 타이인들의 반대가 어떻게 나아갈지 보여주는 중요한 본보기가 될 수 있다.

타이 환경운동단체인 ‘습 나카사티안 재단’ 사무총장 사신 찰름랍(45)
시위 현장에서 만난 이들은 “숲을 지키는 게 옳다고 생각해서 나왔다”고 입을 모았다. 산림학을 전공한다는 대학생 야미라 난라(23)는 “정부 말대로 매웡댐을 건설하면 진짜 홍수를 예방할 수 있을지는 의문스럽지만, 생태계가 교란될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친구들과 함께 200밧(약 7000원)을 내고 티셔츠를 샀다는 남파 티안우돔(28)은 “기존 언론들은 이 문제를 별로 안 다뤘지만 소셜미디어(SNS)에선 매우 중요한 이슈다. 페이스북을 보고 시위에 참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여기에 왔다. 사람들이 이렇게 힘을 모으면 정부도 다시 생각해볼 거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매웡댐 건설뿐 아니라 정부가 추진하는 물관리사업 자체에 대해서도 시민들은 비판적이다. 아들 둘과 함께 시위 현장에 온 회사원 까닛 분사퐁(44)은 2011년 방콕 대홍수 때 집이 침수돼 두달 동안 고생했다면서도 물관리사업에 반대했다. 그는 “매웡댐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도 세금만 낭비하는 부실 조사라고 비판받고 있다”며 “정부가 대규모 물관리사업을 충분한 연구도 하지 않고 진행해 홍수를 막겠다는 건 말도 안 된다”라고 말했다.

방콕/이유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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