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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10.24 20:36 수정 : 2013.10.31 22:20

슈피겔 “NSA, 수년째 도청” 보도
메르켈, 오바마에 전화 강력 항의
오바마 “앞으로 도청 않겠다”

브라질·멕시코 정상 도청도 알려져
프랑스 고위직도 도청 대상 포함돼
24일 EU 정상회의 논의 가능성

미국 정보기관인 국가안보국(NSA)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휴대전화를 몇년째 도청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외국 정상의 통신에 대한 국가안보국의 불법 도청 행위가 드러난 것은 지금까지 브라질과 멕시코 등 중남미 국가에 한정됐으나, 이번에 유럽 최대 강국인 독일 총리까지 포함된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미국이 주요국 정상에 대한 도청 행위를 광범위하게 해온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메르켈 총리의 대변인인 슈테펜 자이베르트는 23일 성명에서 “총리가 이 문제에 관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했다”며 “총리는 그런 관행을 개탄하며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분명히 밝혔다”고 말했다. 그는 또 “총리는 두 나라는 수십 년에 걸친 우방으로서 정부 최고 지도자의 대화를 엿듣는 일은 있어서는 안 된다”며 “신뢰를 심각하게 위반하는 이런 관행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요구했다”고 덧붙였다. 독일 총리가 이렇게 강한 어조로 오바마 대통령을 비판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이에 대해 미국 백악관은 성명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메르켈 총리와 통화에서 “휴대전화를 엿듣지 않고 있으며, 앞으로도 도청하지 않겠다고 확약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백악관은 미국이 과거에 메르켈 총리의 휴대전화를 도청을 했는지에 대해선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아, 사실상 이를 시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독일 정부의 이런 대응은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이 관련 내용에 대한 확인을 정부 쪽에 요청한 뒤에 이뤄졌다. <슈피겔>은 “독일 정보당국은 미국에 정면으로 부딪치기에 충분히 타당한 근거를 발견했다”고 전했다. <슈피겔>은 정보 출처를 밝히지 않았으나, 에드워드 스노든 전 국가안보국 계약직 직원이 제공한 문서를 토대로 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도청은 미국 정보기관이 독일인들에 대한 무차별적 도청을 하는 과정에서 메르켈 총리 휴대전화가 우연히 포함된 것이 아니라 메르켈 총리의 휴대전화를 특정해서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고 <슈피겔>은 지적했다. 이는 미국이 다른 외국 정상들에 대해서도 비슷한 도청 행위를 해왔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국가안보국이 외국 정상을 도청한 사실이 드러난 곳은 브라질과 멕시코다. 프랑스의 경우엔 7030만건의 도청 행위 중에 정·관·재계의 고위직들이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이 유럽의 핵심 동맹국 정상의 통신을 도청한 이유가 무엇인지는 알 수 없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7월 미국에 있는 38개국 외국 공관과 유럽연합(EU) 브뤼셀 본부에 대한 불법 도청이 탄로난 뒤에 이뤄진 기자회견에서 “메르켈 총리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싶으면 전화를 해서 물어보면 된다”고 말한 바 있다. 전 미국 국무부 관료 출신인 제임스 루이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기술·공공정책 국장은 <월스트리트저널>에 “정상회의 전에 특정 현안에 대한 독일의 태도를 파악하거나 이란·러시아 같은 나라와의 대외관계를 알고자 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유럽 경제위기나 그리스 구제금융 같은 이슈도 미국이 알고 싶어하는 현안이었을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24일 열리는 유럽연합 정상회의에서 이 문제가 거론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독일과 프랑스라는 유럽의 양대 강국이 관련된 문제인데다 이에 대한 메르켈 총리의 태도가 과거보다 강경해졌기 때문이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

[관련영상] [한겨레 캐스트#187] 엿듣는 미국, '9·11 트라우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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