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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10.25 19:47 수정 : 2013.10.31 22:19

“신뢰 없다면 정보분야 협력 악영향”
개인정보 보호법 강화 추진 시사
외교관들, NSA 제동 결의안 추진
미 “최고위급 외교채널로 대화중”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외국 정상들에 대한 도청 행위가 폭로돼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가 거센 후폭풍에 휘말리고 있다. 유럽 지도자들이 일제히 미국을 맹비난하고 나서 미-유럽 외교관계에 손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4일(현지시각)부터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 참석한 유럽 정상들은 미국의 불법 도·감청에 깊은 우려를 밝히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유럽연합 정상들은 우호관계가 반드시 존경과 신뢰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는 신념을 피력했으며, 이는 정보 분야 업무와 협력에도 해당된다”며 “신뢰가 없다면 정보 수집 분야에서 필요한 협력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독일과 프랑스는 미국에 연말까지 정보 관계에 대한 새로운 규칙을 마련하기 위한 양자 회담과 신뢰구축 방안 제시를 요구했다.

또 유럽의회 대표단이 새달 2일부터 사흘 동안 미국 워싱턴을 방문해 미국 정보기관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포함해 유럽연합 시민들과 정치인들을 염탐한 행위에 대해 해명을 요구하기로 했다.

비비안 레딩 유럽연합 법무·기본권 담당 집행위원은 “정보 보호는 유럽연합 일반시민의 전자우편과 메르켈 독일 총리의 휴대전화에 동일하게 적용돼야 한다”며 “이제는 구체적인 행동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유럽연합의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을 한층 강화해 촉구하겠다는 뜻이다. 이는 미국의 거대 인터넷기업들이 개인정보를 저장하려면 사전에 고객의 동의를 얻도록 하겠다는 뜻으로 기존 사업 모델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

정상회의에 앞서 메르켈 총리는 취재진을 만나 “친구끼리는 엿듣지 않는다.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며 이틀째 배신감을 표출했다. 그는 “동맹국 사이에는 신뢰가 있어야 한다. 그러한 신뢰는 이제 새롭게 구축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른 유럽 지도자들도 가세했다. 프레드리크 레인펠트 스웨덴 총리는 “동맹국 지도자를 도청한다는 것은 도저히 용인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고,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도 “보도가 사실이라면 매우 심각한 일”이라고 말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인 조제 바호주는 옛 동독 비밀경찰인 슈타지 사례까지 거론하며 “우리는 전체주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안다. 국가가 개인의 삶을 침해하는 식으로 권력을 행사할 때 무엇이 일어나는지 잘 안다”고 지적했다.

유럽 지도자들의 이런 반응은 미국 국가안보국의 도청 행위가 처음 폭로됐을 때인 지난 6~7월보다 그 강도가 상당히 세진 것이다. 당시에도 미국에 해명을 요구하긴 했으나 이렇게 원색적인 발언이 나오지는 않았다.

이에 따라 미국과 유럽연합 간에 진행되고 있는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지체될 수 있다는 관측마저 나온다. 마르틴 슐츠 유럽의회 의장은 미국에 대한 유럽의 신뢰가 약해졌다는 것은 자유무역협정 협상이 유예돼야 함을 뜻한다고 말했다. 그는 “협상을 하러 가는데 상대방이 우리가 다루려는 내용을 모두 알고 있다고 느낀다면 서로 신뢰할 수 있겠는가”라고 지적했다.

독일과 브라질을 중심으로 일부 외교관들은 24일 미국 뉴욕에서 만나 미 국가안보국의 도청 행위를 제어하는 조처로 유엔 결의안을 추진중이라고 미국 <포린 폴리시>가 전했다. 이 모임에는 일부 유럽·중남미 국가들이 참여했다.

제이 카니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독일 총리 도청 사건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을 밝힐 수 없다고 답변을 거부하며 “최고위급 차원의 외교채널로 직접 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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