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11.06 20:16
수정 : 2013.11.06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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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프란치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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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결혼·대리모 등 9개 분야
세계 평신도 상대 설문조사
내년 주교회의서 논의 예정
교황청이 결혼과 가족제도 전반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에 대해 평신도들이 어떻게 느끼는지를 묻는 설문조사에 나섰다고 <비비시>(BBC) 방송이 5일 보도했다. 교황청은 이날 자료를 내어 ‘가족과 복음화’를 주제로 9개 분야에 걸쳐 모두 39개 질문을 담은 설문지를 전세계 주교들에게 보냈다고 밝혔다.
교황청은 설문지에서 “오늘날 세계는 다양한 사회적·영적 위기 상황과 마주하고 있다”며 “불과 몇년 전까지만 해도 들어본 적이 없는 새로운 고민거리들이 생겨나면서, 가족관계를 둘러싼 교회의 가르침이 어려움에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교황청이 이른바‘새로운 고민거리’로 지목한 주제는 △동성 결혼 △대리모 △피임법 △이혼·재혼 △혼전 동거 △한부모 가정 등이다.
<비비시>는 “설문 내용을 보면, 대부분 그간 가톨릭 교회가 금기시해 공개적으로 논의조차 피해온 내용”이라고 전했다. 실제 설문에는 ‘이혼을 했거나, 재혼을 한 이들이 영성체(성찬식)를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차별이라고 여기지 않느냐’거나, ‘동성 결혼한 부부가 자녀를 입양했을 때, 믿음을 전하기 위해 사제들은 어떤 일을 할 수 있느냐’는 등의 질문이 포함돼 있다.
토머스 그룸 미국 보스턴대학교 교수(신학과)는 <엔비시>(NBC) 방송과 한 인터뷰에서 “내가 아는 한 가톨릭 교회의 역사에서 이 정도로 진지하게 평신도들의 의견을 구하려는 노력은 없었다”며 “교황이 평신도들과 적극적으로 대화에 나선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앞서 교황 프란치스코는 지난 9월 언론 인터뷰에서 “교회가 그동안 지나치게 규칙에 얽매여 온 게 사실”이라며 “낙태 문제, 동성애, 피임법 등에 대해 설교만 해왔는데, 앞으로는 좀더 자비로운 마음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교황청은 이번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내년 10월 ‘가족 관계’를 주제로 한 세계주교대의원회의(주교 시노드)를 특별 소집할 예정이다.
정인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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