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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11.15 20:28 수정 : 2013.11.15 22:39

김순배 통신원 산티아고 르포

적극적 유권자 여론조사
좌파연합 바첼레트 54% 지지
우파연합 마테이 19% 그쳐
1차투표서 끝날지만 남아

장대 위에 우뚝 선 거인 같은 삐에로가 뭔가를 나눠준다. 대선 홍보물이다. 13일 저녁(현지시각), 대선을 코앞에 둔 칠레 산티아고 프로비덴시아 중심가 표정이다. 주위 사거리엔 후보들의 사진이 찍힌 홍보물이 곳곳에 어지럽게 내걸렸다. 얼핏 보면, 17일 투표를 앞두고 9명이 출마한 대선에서 막판 치열한 선두 다툼이 벌어지는 듯하다.

하지만, 칠레의 관심은 누가 당선되느냐가 아니라 언제 당선되느냐다. 이번 대선에서 좌파 연합 ‘누에바 마요리아’의 미첼 바첼레트(왼쪽 사진) 전 대통령의 당선이 확정적이다. 17일 1차 투표에서 50% 이상 득표해 당선되느냐, 아니면 12월15일 2차 투표에서 확정짓느냐만 남았다는 게 선거 전문가들의 일치된 전망이다. 그래서 주위에 ‘누가 당선되냐’고 물으면 “당연히 바첼레트지”라고 바로 답이 나오지만, ‘1차에 당선될 것 같냐’고 물으면 “모르지” 또는 “아마도…”라고 멈칫한다.

대다수 전문기관은 1차 투표에서 승부가 확정되리라고 전망한다. 10월29일 발표된 공공연구소(CEP)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바첼레트의 지지율이 47%지만,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적극적 유권자의 지지도는 54%다. 반면, 우파연합 ‘알리안사’ 후보 에블린 마테이(오른쪽 사진)의 지지도는 14%에 그치고, 적극적 유권자 지지도는 19%뿐이다. 마테이는 10%를 얻은 무소속의 경제학자 프랑코 파리시와 2~3위 다툼을 하고 있다. 기호 7번인 마테이가 “칠레를 위한 7점”(한국의 100점)이라고 홍보하지만, 유권자들은 호의적이지 않다.

14일 남미 최고층 빌딩 코스타네라센터 앞에서 만난 택배 기사 에두아르도 에스코바르(46)는 “대학 무상교육, 의료서비스 개선처럼 우리가 필요한 문제를 공약으로 내건 바첼레트를 찍겠다”고 말했다. 거리에서 아이스크림을 파는 세르히오 로하스(63)도 “바첼레트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하는 마음이 따뜻한 대통령이다”라며 자신의 가슴을 두드렸다. 그는 “마테이는 쿠데타를 일으키고 사람들을 죽인 이들과 한패거리로 부자들을 위한 대통령이다”라고 비판했다. 13일 유력 증권회사 <라라인비알> 분석도 바첼레트가 53%를 득표해 1차에서 당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아울러 이번 선거에선 상원의원 38명 가운데 20명, 하원의원 120명 전원을 새로 뽑는데, 좌파연합이 승리해 앞으로 최소 상원 23석, 하원 70석을 확보하리라고 전망했다.

반면, 7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입소스(IPSOS)의 조사 결과를 보면, 투표 의사를 밝힌 유권자 가운데 각각 바첼레트 35%, 마테이 22%, 파리시가 15%를 얻어 2차 투표를 치러야 한다. 1993년 이후 칠레 대선에서 당선자가 1차 투표에서 확정된 적이 없다. 꽃집을 운영하는 아브람 파라베나(60)는 “바첼레트의 거짓말을 믿지 않는다”라며 “4년 전 대통령으로 있으며 심각한 의료 및 교육 문제 등을 하나도 해결한 게 없는데 또 같은 소리를 한다”고 비판했다. 1차에서 당선이 확정될지와 관련한 변수는 대선 사상 첫 자율투표제 도입에 따른 투표율이다. 지금까지는 유권자 등록 뒤 투표를 하지 않으면 벌금을 내는 의무투표제였다. 이제는 성인이면 누구나 투표할 수 있지만 참여는 자유다.

선거 기간에 그러했듯, 법정 선거 활동 마지막 날인 14일에도 바첼레트는 분배를 위한 근본적 사회변화를 강조했다. 반면 마테이는 성장에 방점을 찍었다. 바첼레트는 “칠레가 많이 발전했는데 그 부와 발전이 내 집에는 와닿지 않는다”라며 “세제개혁 등 진정한 변화를 실천할 때가 왔다”고 강조했다. 마테이는 “이전 정부보다 2배나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소득격차는 줄였다”며 “발전을 계속할 길을 선택해달라”고 호소했다. 바첼레트가 당선되면, 칠레는 독재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이후 20년간 중도좌파가 집권한 뒤 우파에 정권을 내줬다가 4년 만에 공산당까지 아우르는 좌파정권으로 돌아선다. 이리 되면 브라질·아르헨티나까지 인접 3국 모두 여성 대통령이다. 의회의 의석 배분과 대학생 학생시위 지도자 출신 후보들의 하원 당선 여부도 17일 선거의 관심이다.

산티아고/김순배 통신원 otromundo79@gmail.com

사진 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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