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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홀리데이 프로그램으로 영국 런던에 체류 중인 윤성준(가운데)씨가 지난 5월 독일 뮌헨에서 유럽 축구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오른 독일 프로축구팀 바이에른 뮌헨 팬들과 함께 함성을 외치고 있다. 윤성준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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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코리안 디아스포라] ② 세계가 일터 “나는 워홀이다”
* 워홀 : 워킹홀리데이 참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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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강국이라 기회 더 많아
비교적 고임금 받고 자기계발
독일어 못하면 시급 1만원에
한국 음식점 등서 장시간 업무 한국, 16개 국가·지역과 협정
영국은 일자리 적고 물가 높아
“현지사정 파악하고 준비를” 2009년부터 워킹홀리데이 프로그램을 시작한 독일은 최근 한국 젊은이들에게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각광받고 있다. 시행 첫해 독일을 찾은 ‘워홀’(워킹홀리데이의 줄임말·워킹홀리데이비자를 받아 해외로 떠난 이들을 통칭한다)은 188명에 불과했으나, 이듬해 582명, 2011년 839명, 2012년 1084명으로 급증세다. 가장 많은 워홀들이 향하는 오스트레일리아의 3만4234명(전체의 70%)에 비하면 아직 미미한 수준이지만, 가장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비영어권 국가 중에선 일본(2012년 5856명) 다음으로 참가자가 많다. 독일이 워홀들의 인기를 모으는 이유는 경제 때문이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를 탄탄한 제조업을 기반으로 무사히 헤쳐나왔고, 다른 경제 선진국들에 비해 일자리가 많다. 그만큼 워홀들에게도 취업의 문이 넓다. 독일이 수출 강국인 점 또한 워홀에겐 큰 매력이다. 글로벌 무역의 생생한 현장 경험을 쌓을 수 있어서다. 정씨는 “물류 선진국 독일에서 많은 새로운 것들을 배우고 있다”며 “이제는 세계 어디에 가도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다. 3년 정도 더 이곳에서 생활한 뒤 다른 나라에서도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독일 워홀에 대한 지나친 환상은 금물이다. 정씨처럼 처음부터 ‘번듯한’ 일자리를 구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독일어 실력이 월등히 뛰어나지 않으면 대부분 한국 음식점 등에서 일을 시작한다. 이 경우 아르바이트 시급이 7유로(약 1만원)에 불과해 생활비를 벌려면 장시간 일을 해야 해, 애초 목표인 어학 공부 등 자기계발을 할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1년 안에 다른 직업을 구하지 못하면 한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지난해부터 워킹홀리데이 프로그램을 시작한 영국도 최근 한국 워홀들 사이에 인기가 높다. 2012년 1기와 올해 초 2기 모집에서 경쟁률이 3대1 수준을 기록했고, 올해 상반기에 추가로 170명을 모집할 때는 경쟁률이 6대1로 높아졌다. 영어 종주국이란 점이 주요 요인인데, 이런 추세라면 내년 3기 모집 때는 경쟁이 더욱 치열할 전망이다. 하지만 영국은 독일에 비해 한국 젊은이들이 기회를 잡기가 만만치 않다. 오랜 불황으로 취업 시장이 꽁꽁 얼어붙어 현지인들조차 좋은 일자리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이 때문에 런던의 많은 한국인 워홀들이 음식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지난 2월 런던에 도착한 윤성준(25)씨도 우선 영국 선술집 퍼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워홀 생활을 시작했고, 지금은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런던 지사에서 인턴으로 일하고 있다. 런던은 워홀들에게 기회의 땅이자 고통의 땅이다. 세계적인 금융·패션·예술의 중심지라서 견문을 넓힐 수 있지만, 살인적인 물가 탓에 생활고에 시달린다. 조금만 방심하면 여행은 커녕 일상생활조차 버거워진다. 그럼에도 윤씨는 일을 하는 틈틈이 휴가를 내 프랑스와 독일을 여행했다. “한국에 있을 때는 잘 몰랐는데, 여기 와보니 그동안 너무 좁은 세상에서 살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죠.” 윤씨는 “이곳 생활을 마치면 인생을 좀더 풍요롭게 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 젊은이들이 워킹홀리데이를 통해 새 기회를 찾아나가고 있지만, 이 제도를 제대로 활용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무엇보다 현지 언어 능력이 필수다. 현지어에 능통하지 못하면 한국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만 하다가 1년을 보내는 경우도 많다. 2003년 영국에 와서 현지 금융회사에 취직해 10년째 런던 생활을 하고 있는 남궁주희(34)씨는 “이곳 사정을 미리 제대로 파악하고 준비하는 게 중요하다. 공부만 하는 게 아니라 돈벌이까지 해야 한다면 더욱 그렇다”고 조언했다. 런던·프랑크푸르트/이춘재 기자 c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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