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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승연씨가 인턴으로 일하는 시카고의 온라인 마케팅회사 사무실 복도 밖으로 시카고의 상징이자 미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초고층 빌딩으로 꼽히는 1920년대 리글리 빌딩의 시계탑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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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코리안 디아스포라]
④ 국제인턴, 엇갈리는 명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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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인턴’으로 미국 찾는 젊은이들
비싼 수수료·저임금 감수하며 노동
유연한 기업문화 등 배울점 있지만
기대밖 허드렛일 시달리며 후회도 신씨의 도전은 가깝게는 취업을 겨냥했지만 새로운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더 컸다. 그는 “토익과 인적성 검사를 보완하는 게 당장의 취업엔 더 유리했을 수 있다”며 “하지만 새 경험에 대한 욕구가 컸고 지금은 선택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그는 유연하면서 탈권위적인 미국의 직장 문화가 가장 인상 깊다고 했다. 그의 회사는 미국과 유럽에 6개 지사, 170여명의 직원를 두고 있다. 지사들끼리 최대 8시간이나 시차가 나다 보니 일의 효율을 중시할 뿐 출퇴근 시간에 대한 집착은 없다. 그는 “한국에선 어느 시점에는 사다리의 어느 위치에 올라가 있어야 한다는 조급증에 시달렸는데 ‘남의 눈’에서 벗어나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찬찬히 바라볼 기회가 생겼다”며 “취업 스펙보다는 기업 문화에 대한 관점 등 직장이나 삶에 대한 내 가치관이 변한 게 더 큰 소득”이라고 말했다. ■ 최고의 도시에서, 최저임금으로 허드렛일 하지만 미국 인턴 생활이 마냥 환상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민간 알선 업체를 통해서 뉴욕에 발을 디딘 이아무개씨는 현지 한인이 운영하는 패션업체에서 지난 8월부터 1년 계약으로 인턴 생활을 하고 있다. 그는 국내 알선 업체에 500만원이 넘는 수수료를 냈다. 이곳에서의 생활은 매달 적자 행진이다. 현재 그가 받는 시급은 최저임금을 약간 넘는 7.5달러로, 매달 세금을 제외한 1000달러를 번다. 하지만 월세 630달러를 포함해, 생활비는 아무리 아껴도 매달 1500달러다. 문화생활 등 잡비를 쓰지 않아도 한달에 500달러가 적자다. 이씨는 “서울에선 흔히 먹던 스타벅스 커피를 여기 와서 딱 한 차례 마신 것 같다”며 “요새는 점심값을 아끼느라 도시락을 싸서 다닌다”고 말했다. 이씨는 대학에서 영문학을, 대학원에서 디자인을 전공하고 2010년 8월에 졸업했다. 하지만 유학파가 득실 거리는 대기업 패션업체는 문턱이 높았다. 2011년 1월에 중견 의류업체에 입사했지만 조직문화도, 일의 내용도 맘에 안 찼다. 5개월 만에 그만둔 뒤 패션쪽 개인사업을 염두에 두다가 뉴욕 의류업체 인턴을 시도하게 됐다. 하지만 기대와 현실은 달랐다. 패션 마케팅과 홍보 부서를 희망했지만, 이씨가 가게 된 회사는 주문자상표부착 방식(OEM)으로 납품을 하는 곳이라 마케팅·홍보 부서 자체가 없었다. 그는 생산관리 부서에 배치됐다. 그는 “바이어 사무실에 샘플을 들고 오가는 택배 같은 허드렛일이 70~80%”라며 “15명 인턴 중엔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했는데 고장난 컴퓨터와 복사기를 손보는 일을 맡은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사실 이 회사가 인턴사원의 취업비자(H1) 전환을 지원해줘 현지 취업한 사례도 있다고 해서 기대가 컸다. 하지만 실상을 보니 못할 짓이었다. 그런 사례가 딱 2명인데, 연봉이 세전 2만8000달러, 세후 2만달러로 약 2100만원 수준이다. 첫 해는 4000달러 상당의 취업비자 전환 비용도 내라 하니 손에 쥐는 월급은 140만원이다. 3년간은 이직도 안 되고 3년 뒤 다른 회사로 옮기려 해도 취업비자 발급을 지원해줄 회사를 못 찾으면 한국으로 되돌아가긴 마찬가지다. 그는 “20대 초중반 대학생들은 인턴 내용이 허술해도 미국 대도시 생활만으로 만족하기도 하지만 연령대가 더 높거나 경력자들은 고민이 많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끼리 ‘외노’(외국인 노예)라고 말하는 인턴 생활에 회의가 많지만, 혹여 버티다 보면 다른 기회가 열릴 수 있다는 기대 때문에 현재 생활을 포기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 국무부가 지정한 ‘문화교류 비자(J1) 스폰서 기관’ 70곳 가운데 한 곳으로 글로벌 인턴십 프로그램을 주선·관리하는 ‘컬처럴 비스타’의 로브 펜스터마히어 대표는 “글로벌 유급·무급 인턴십 등을 위해 문화교류 비자로 미국에 들어오는 인력이 연간 30만명을 넘어선다”며 “미국 기업들은 다양한 국적의 인력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 대한 새로운 관점 얻을 수 있고, 외국 인력들은 미국 기업 문화라는 ‘소프트 스킬’과 전문 영역의 ‘하드 스킬’이라는 직장 경험을 얻어가라는 ‘윈-윈’ 취지”라고 말했다. 미국의 문화교류 비자는 미 국무부가 체류 목적에 인턴십 프로그램 참여를 명시적으로 포함시킨 대표적 비자다. 비자 발급 건수는 1997년 17만9598건에서 지난해 31만3431건으로 거의 두배 가까이 증가했다. 시카고·뉴욕(미국)/ 글·사진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한국인 미 인턴십 비자 연간 5만여건 학생·문화교류비자로 출국
미 무급인턴십 노동착취 논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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