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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12.05 20:51 수정 : 2013.12.05 22:35

여러 업체 프로그램 통합
숱한 시스템 오류 뒤늦게 발견
가입신청때 92개 파일 열리기도

“오바마 행정부의 명운은 국민한테 한 약속을 단호하게 집행하는 ‘실행 능력’에 달려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집권 1기 첫해인 2009년,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한 말이다. 클린턴은 같은 민주당 출신 후임자에게 공화당이 어떤 짓을 하든 무시하고, 실행 능력을 보여주는 데 모든 것을 걸라고 조언했다.

건강보험개혁법안(오바마케어)은 오바마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공약이다. 그리고 온라인 건강보험 거래소(HealthCare.gov)는 오바마케어의 실행 능력을 보여줄 핵심 수단이다. 연방정부가 규제·보조하는 보험을 온라인에서 비교·구매·등록할 수 있는 종합센터로, 자체 온라인 거래소 운영을 거부한 36개주 거주자를 도우려고 만들었다. 오바마케어 보험상품 가입은 방문·전화·이메일·온라인 모두 가능하지만, 가입자들이 가장 손쉽게 활용할 수 있는 건 온라인 거래소다.

그러나 그 웹사이트가 문을 연 10월1일부터 오바마 대통령에게 악몽이 시작됐다. 첫날 800만명 이상이 몰려 성황을 이뤘지만, 이틀간 웹사이트 접속조차 제대로 되지 않았다. 계정 가입과 로딩 오류가 계속되고, 사이트가 다운되는 현상도 반복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상황을 몰랐다며 뒷짐을 졌다. 여론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자 10월21일에야 “변명의 여지가 없다”며 직접 대국민 사과를 했다. 11월 말까지 웹사이트를 정상화한다는 약속도 했다. 하지만 지지율은 이미 2009년 취임 이래 최저치인 40%를 향해 자유낙하를 시작한 뒤였다.

연방정부 셧다운(업무 부분정지)으로 궁지에 몰린 공화당은 오바마케어 사이트 개발에 55개 기업과 5억달러를 투입하고도 엉터리 결과물을 내놓은 오바마 행정부에 맹공을 퍼부으며 국면 전환에 나섰다. 수십명이 얽힌 방만한 의사결정 구조, 웹사이트를 총괄하는 책임자의 부재, 잘못된 업체 선정 등이 난타당했다. 여러 업체가 따로 개발한 프로그램을 최종 단계에서 통합하다 보니, 숱한 시스템 오류가 마감시한 직전에야 발견되기도 했다. 인터넷뱅킹보다도 5배나 많은 5억개의 소스코드, 웹사이트 가입을 신청하려면 92개 파일이 구동돼 사용자 컴퓨터와 서버에 과부하를 일으키는 구조적 결함에 대한 비판도 잇따랐다.

오바마케어에 대한 광범한 불만은 국가안보국(NSA)의 도청 스캔들 등 각종 현안에 ‘몰랐다’로 일관해온 오바마의 리더십을 치명적인 ‘신뢰의 위기’로 몰아가는 형국이다. “오바마 행정부의 컨트롤 타워에는 누가 있는가?”라는 탄식이 쏟아졌다. 오바마 대통령에게 오바마케어는 조지 부시 전 대통령한테 치명상을 안긴 허리케인 ‘카트리나’에 비견된다는 분석도 나왔다. 부시의 공화당 행정부는 카트리나에 대한 어설픈 대처로 지지율이 자유낙하해 결국 민주당에 정권을 넘겼다.

전정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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