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9.02 19:32
수정 : 2005.09.02 19:32
사상 첫 공식 외무회담…국교 가능성 시사
이스라엘과 파키스탄이 사상 처음으로 공식 외무장관 회담을 열었다.
실반 샬롬 이스라엘 외무장관과 쿠르시드 카수리 파키스탄 외무장관은 1일 터키 이스탄불에서 회담을 마친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철수를 추켜세우고 두 나라의 국교 정상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샬롬 장관은 “이는 역사적 회담”이라며 “우리는 이 회담을 통해 새로운 시대가 왔음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제2차 세계대전 뒤 각각 유대인 국가와 이슬람 국가로 설립된 두 나라가 공식적인 고위급 회담을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를 팔레스타인에게 되돌려주는 조처를 통해 아랍 및 이슬람 국가와의 관계 개선을 기대해 왔기 때문에 이번 조처는 이스라엘과 이슬람권이 화해하는 신호탄으로 풀이된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은 이슬람권에서 분노를 일으켜 왔으며, 이스라엘이 지금까지 외교관계를 수립한 아랍 국가로는 이집트, 요르단, 모리타니아 등 3개국뿐이다.
그러나 이번 회담에 대해 국민의 97%가 무슬림인 파키스탄 내부의 반발이 거세 당장 이스라엘과 파키스탄 관계가 정상화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은 이번 만남에 대해 “반이슬람적 움직임”이라며 전국적인 시위를 촉구했으며, 야권도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이에 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은 “이번 만남이 우리가 이스라엘을 인정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면서 이스라엘과의 관계에 당장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회담의 구체적인 합의 내용은 이달 말 유엔 총회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파키스탄의 이번 행보는 무샤라프 대통령의 일련의 친미적 조처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무샤라프 대통령은 2주 뒤에는 뉴욕에 있는 미국유대인대회에서 무슬림 세계의 현대화를 주장하는 연설을 할 예정이다.
강김아리 기자, 외신종합
a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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