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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 학생·학자 국제지원펀드(SAIH)가 만든 ‘아프리카를 돕자-잘못됐어’(Let’s Save Africa-Gone Wrong) 동영상의 첫 장면. 사진 속 광고판에 등장하는 흑인 어린이는 이 동영상에서 ‘모금방송 전문배우’로 나온다. 이 작품은 아프리카 빈곤을 위한 모금 광고의 전형성을 풍자하고 있다. SAIH 누리집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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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쏙] ‘빈곤의 포르노그래피’ 꼬집는 노르웨이 ‘사이’
유튜브를 통해 전세계 24만여명이 본 동영상 ‘노르웨이를 위한 아프리카’(Africa For Norway)는 1980년대 서구의 아프리카 어린이 돕기 캠페인 대표곡인 ‘위 아 더 월드’(We Are the World)를 떠올리게 한다. 추위에 떠는 노르웨이 국민을 돕자며 모인 검은 얼굴들은 밝게 빛난다. 그들은 합창한다. “열대의 훈풍으로 노르웨이를 도웁시다. 난방기(라디에이터)를 모아서 그들에게 보냅시다. 그들에게 온기와 희망과 미소를 주자고요. 라디-에이드(Radi-Aid), 이제 ‘예스’라고 말해요.” 이 동영상에서 노래를 부른 래퍼 브리즈 브이(Breeze V)는 진지하게 말한다. “추위는 가난만큼 심각하다. 동상에 걸려도 사람들은 죽는다. 굶주리는 사람들을 방치하지 않듯, 추위에 떠는 사람들도 모른 체하지 말자.” 2012년 ‘노르웨이 학생·학자 국제지원 펀드’(SAIH·사이)는 기존의 전형적인 ‘아프리카 모금 홍보 동영상’을 비꼬기 위해 이 작품을 만들었다. 난방기처럼 아프리카에 전혀 쓸모없는 물건들을 ‘자선’이라는 이름으로 보내는 원조국들을 은근히 꼬집는 의도가 깔려 있다.‘노르웨이를 위한 아프리카’ 영상
비극 부풀려 모금에만 주력하는
아프리카 구호 광고·활동 꼬집어
눈물샘 자극 위한 과장된 홍보
뒤틀린 제3세계 이미지 만들기도
“저개발 국가에 대한 연민보다
‘보편적 인류애’에 기반해야”
이 단체는 ‘아프리카를 돕자-잘못됐어’(Let’s save Africa-Gone Wrong)라는 또다른 풍자물도 만들었다. 마이클이라는 아프리카의 한 꼬마는 ‘모금 방송 전문 배우’다. 캠페인 광고를 찍으러 온 여성 연예인이 슬픈 사연을 듣고 즉각 울음을 터뜨리려 하자, 마이클은 태연히 묻는다. “아프리카에 처음 왔나 봐요?” 마이클은 비포장도로에서 먼지를 자욱하게 일으키며 지나가는 승용차 꽁무니를 뒤쫓는 장면을 촬영하다가 숨을 헐떡이며 말한다. “이 일은 꽤 힘들어요.” ‘사이’는 1961년부터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인종차별 반대운동을 벌여온 단체로 현재는 아프리카·중남미에서 교육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 단체는 2012년부터 저개발국가들에 대해 ‘올바른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라디에이터 시상식’을 만들어 ‘좋은 광고’, ‘나쁜 광고’를 선정하고 있다. 한국 구호단체들이 가난을 선정적으로 다루는 모금 광고 때문에 비난받고 있는 것처럼, 영국·미국 등 ‘원조 선진국’ 역시 비슷하다. 벌레도 쫓을 힘이 없어 얼굴에 파리똥을 잔뜩 붙이고 웅크린 아이들, 형편없이 쪼그라든 젖을 아이에 물린 바짝 마른 여성. 이런 화면들이 지나가고 나면 ‘당신의 주머니 속 1달러가 이들을 살릴 수 있다’는 자막이 뜨는 식의 전형적 광고가 다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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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의 구호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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