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04.02 20:34
수정 : 2014.04.02 22:31
미하원 청문회 “13명 사망부른 시동키 불량 10년전 알아”
쉐보레 코발트·폰티액·새턴
2001년부터 생산한 소형차
충돌때 시동꺼져 에어백 먹통
“배상금이 덜 먹힌다며 방치”
마이클 무어, GM쪽 맹비난
‘미국 제조업의 자존심’ 지엠(GM)이 차량 1대당 57센트(600원)를 아끼려다 큰 역풍을 맞고 있다. 비용절감을 위해 문제를 숨긴데다, 이로 인해 10년간 13명이 자동차 오작동으로 목숨을 잃어 파장이 커지고 있다. 감독기관인 미국 도로교통안전국도 문제를 일부 알고 있었으나 적절한 조처를 취하지 못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희생자들의 대형 손해배상 청구도 예상된다.
1일 열린 미국 하원 청문회에서 의원들은 메리 배라(53) 지엠 최고경영자를 출석시켜 지엠의 잘못된 행태를 집중적으로 추궁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청문회는 2001년부터 지엠이 개발하기 시작한 쉐보레 코발트, 폰티액, 새턴 등 소형차의 키박스 점화스위치 이상으로 10년간 13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지면서 열렸다. 하청회사인 델파이가 납품한 점화스위치 이상으로 고속으로 달리던 차량이 장애물과 충돌하는 순간 시동이 꺼지고, 이로 인해 에어백이 작동하지 않으면서 인명사고가 났다. 지엠은 2001년부터 점화스위치가 품질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것을 알았음에도 지난 2월에야 해당 차량 260만대의 리콜을 결정했다.
공화당의 다이애나 드겟 의원은 청문회에 문제의 키박스를 들고 나와 “지엠이 제출한 자료를 보면 부품 교체에 드는 비용은 대당 고작 57센트였다. 이 정도의 비용 증가도 수용하지 못했느냐”고 비판했다. 지엠이 점화스위치 안 스프링 부품의 강도를 높이거나 설계를 바꿨으면 차가 충격을 받아도 주행 상태의 키가 시동 전의 액세서리 위치로 내려오는 문제가 벌어지지 않았을 거라는 지적이다. 헨리 왁스먼 의원은 “2003년부터 9년간 도로의 튀어나온 부분을 넘을 때나 무릎으로 건드려도 시동이 꺼져 들어온 보증수리 요청이 133건이나 됐는데도 조처를 취하지 않았느냐”고 힐난했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데이비드 프리드먼 미국 도로교통국장도 지엠 쪽을 비난했다. 프리드먼 국장은 “10년간 문제가 됐는데도 지난달에야 정보가 공유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2005년 코발트 차량의 시동이 꺼지면서 첫 사망사고가 발생한 이래 도로교통국이 이 문제를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발뺌의 성격도 있다.
진보 성향의 영화감독 마이클 무어는 이날 <허핑턴 포스트>에 기고한 글에서 “나는 사형제도에 반대한다. 하지만 모든 규칙에는 예외가 있다. 지엠의 범법자들이 체포되기를 바라며, 고작 10달러 때문에 사람 목숨을 앗아갈 수 있는 결정을 내린 그들이 대가를 치르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어 감독은 10달러짜리 부품을 새로 설치하는 것보다 배상금이 싸게 먹힌다고 판단한 것 아니냐고 비난했다. <에이피> 통신의 게시판에도 분노의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살렌시아라는 이름의 독자는 “저들은 비용 절감만 생각한다. 그렇게 줄인 비용은 저들의 주머니에 있다”고 비난했다.
이항구 한국산업연구원 박사는 “지엠은 2000년대 들어 회사 내 수직계열화된 협력사를 분사했고, 부품업체에 심할 정도로 비용절감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단돈 1센트라도 아껴야 하는 상황이었고, 소형차여서 더 짜내기도 힘들었다는 분석이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기본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싸고 품질만 어느 정도 되면 갖다 쓰는 지엠의 글로벌 소싱과 비용절감이 문제가 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2월 취임한 지엠 최초의 여성 최고경영자인 배라는 “희생자 유가족들에게 죄송하다. 리콜 사태 및 보상 문제를 해결할 기구를 구성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9·11 테러, 비피(BP) 기름유출, 보스턴 마라톤 테러 사건 등을 맡았던 거물급 변호사 케네스 파인버그를 영입했다고 밝혔다. 지엠은 점화장치 이상 차량 260만대를 포함해 올해 들어 480만대의 리콜 계획을 발표했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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