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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4.10 20:33 수정 : 2014.04.11 16:48

앰네스티 건설 현장 보고서에서 지적
임금 체불·노동자 착취 알고도 묵인

현대건설은 2010년 12월 카타르 수도 도하 중심부에 있는 ‘하마드 메디컬 시티’ 공사를 수주했다는 소식을 자랑스레 알렸다. 카타르 공공사업청이 발주한 5억3400만달러짜리 대규모 프로젝트를 선진국 기업들을 제치고 따냈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대건설이 담당한 이 사업장은 최근 국제 인권단체로부터 참혹한 노동인권 유린 현장으로 지목됐다. 지난해 11월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이 공개한 <이주 노동의 그늘-월드컵을 앞둔 카타르 건설 분야 조명>이란 보고서에는 현대건설의 하청업체에 고용된 남아시아 이주 노동자들이 노예 취급을 당하고 원청업체인 현대건설이 이를 사실상 방조해온 정황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은 현대건설, 국영 카타르 석유공사, 스페인 건설업체 OHL그룹 등의 하청업체 현장을 문제로 지목했다. 현대건설은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을 위해 지어진 건물들을 고급 병원으로 개조하는 공사를 하고 있는데, 하청업체인 PSCI가 고용한 노동자들이 임금 체불과 열악한 환경에 고통받고 있다.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은 처음에 도하 주재 현대건설 직원은 “PSCI가 하도급업체라고 해서 우리가 그 회사에 대한 책임을 질 수는 없다”고 말했으나, 이후 현대건설 한국 본사 쪽에서는 “책임을 느끼고 프로젝트에 대한 조사와 감시를 늘리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현대건설은 이밖에도 왕궁 확장, 국립박물관 건설, 루사일 고속도로 공사 계약을 따내는 등 카타르 건설 특수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건설현장에서 이주노동자를 옥죄는 ‘카팔라 시스템’의 책임은 근본적으로는 카타르 정부에 있다. 대규모 건설 프로젝트를 발주하는 주체도 대부분 카타르 공공사업청 등 정부기관이나 정부와 밀접한 관계를 맺은 이들이 많다. 하지만 카타르가 2022년 월드컵 개최 관련 프로젝트를 비롯해 앞으로 4년 동안 주요 건설 공사에 1230억달러(128조원)를 쓸 계획을 잡는 등 건설 특수를 일으키면서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 유수의 건설사들이 앞다퉈 수주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카팔라 시스템’을 업고 이득을 보는 게 카타르 정부와 국민들뿐 아니라 한국 등 세계의 건설사들일 수 있다는 얘기다. 독일 시사주간지 <디 벨트>는 “카타르 월드컵을 앞두고 이주노동자의 죽음과 착취에 책임을 져야 할 것은 세계”라고 짚었다.

정세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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