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06.02 23:58
수정 : 2014.06.02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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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안 카를로스(76) 스페인 국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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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실 부패·호화여행 비난 자초
아들 펠리페 왕세자 왕위 승계
재위 38년을 넘긴 후안 카를로스(76·사진 왼쪽) 스페인 국왕이 2일 전격 퇴위를 발표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카를로스 국왕은 이날 텔레비전 연설에서 “새 시대에 맞는 변화와 개혁이 필요하다. 새로운 에너지로 충만한 더 젊은 세대가 앞장을 서야 한다”며 이렇게 밝혔다. 스페인 왕위는 아들인 펠리페(45·오른쪽) 왕세자가 잇게 된다. 이날 카를로스 국왕의 공식 발표에 앞서 <비비시>(BBC) 방송은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의 말을 따 “카를로스 국왕께서 퇴위를 결정하시고 왕위 승계 절차를 개시하셨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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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리페(45) 왕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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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로스 국왕은 1975년 11월 재위에 올랐다. 스페인 공화파를 군홧발로 짓밟은 독재자 프란시스코 프랑코가 36년여 철권통치 끝에 숨을 거둔 직후다. 프랑코가 생전에 만들어 둔 ‘후계구도’에 따른 즉위였지만, 카를로스 국왕은 민주적 헌법에 따른 입헌군주제를 받아들였다. 특히 1981년 2월 프랑코 잔당이 주도한 군사 쿠데타가 벌어졌을 땐, 직접 대국민 연설에 나서 국왕이 헌법상 군 통수권자임을 강조하며 군부를 저지해 국민적 신망을 얻었다. 오랜 군사독재를 딛고 스페인이 민주화로 이행하는 데 카를로스 국왕이 ‘든든한 배후’ 구실을 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40년 가까운 오랜 재위에도 카를로스 국왕은 “사상 가장 국민적 신망이 높은 국왕”이란 평가를 받아왔다. 2007년 실시된 여론조사에선 <돈키호테>를 쓴 미겔 세르반테스와 아메리카 대륙에 처음 발을 디딘 크리스토퍼 콜럼버스를 제치고 ‘역사상 가장 위대한 스페인인’으로 꼽히기도 했다.
하지만 막내딸 크리스티나 공주 부부가 부패 스캔들에 휘말려 검찰의 조사를 받는 등 최근 몇 년 새 스페인 왕실의 인기는 예전만 못해졌다. 카를로스 국왕도 스페인이 경제위기로 휘청이던 2012년 4월 막대한 예산을 들여 아프리카 보츠와나로 코끼리 사냥 여행에 나선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난에 휩싸인 바 있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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