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06.03 19:30
수정 : 2014.06.03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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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아프가니스탄 전쟁의 유일한 미군 포로였던 보 버그달 병장이 10대 때 일했던 미국 아이다호주 헤일리의 한 커피숍 옆에 그가 풀려났다고 알리는 글귀와 노란 리본이 달려 있다. 헤일리/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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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 간부와 맞교환된 미군 병장
동료 군인 “그는 탈영병일 뿐” 반발
공화당 정치 쟁점화…미 정부 곤혹
“상황이 어찌 됐든 포로로 잡힌 미군은 데려와야 한다. 자녀를 전쟁터에 보낸 부모가 기대하는 것은 오직 그것뿐이다.”(버락 오바마 대통령)
“그는 탈영병이다. 그를 찾으러 나섰다가 동료 병사들이 전사했다. 그를 데려오는 대신 탈레반 간부 5명을 풀어줘야 하느냐.”(아프간전 참전 군인)
쿠바 관타나모 미군기지에 수감돼 있던 탈레반 고위급 5명과 5년간 탈레반 포로로 잡혀 있던 보 버그달(28) 병장을 맞교환한 것을 두고 미국 내 논란이 거세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의 유일한 미군 포로라던 버그달이 탈영병이라고 동료 부대원들이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 타임스> 등 미국 주요 언론은 2일 탈레반에 포로로 잡혀 있다 포로 맞교환으로 풀려난 버그달한테 당시 동료 부대원들이 분노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은 2009년 6월30일 당시 버그달 일병이 아프간 동부에 배치된 부대에서 탈영했다고 주장했다. 총과 헬멧을 두고 나침반과 칼, 식수 등 간단한 꾸림으로 나갔다는 것이다. 신문은 당시 버그달의 실종을 조사했던 장교의 말을 인용해, “버그달이 민간 차량에 숨어 정문을 빠져나간 것 같다”고 전했다. 증언한 이들은 사라진 버그달을 찾아나선 90일간의 과정에서 탈레반의 매복 공격으로 동료 병사 여러 명이 사망했다고 말했다. 버그달이 아프간 전쟁에 환멸을 느껴 탈영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아무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버그달의 부모와 함께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미국은 우리 군인들을 전장에 남겨두고 떠난 적이 없다”며 그의 석방을 자랑스럽게 알렸지만, 동료 병사들의 눈에 비치는 버그달은 영웅 대접을 받을 것이 아니라 탈영으로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얘기다. 특히 버그달의 실종으로 인해 동료 병사 6~8명이 숨진 것에 대해 이들은 분노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곤혹스런 표정이다. 3일 폴란드를 방문한 오바마 대통령은 버그달이 탈영했는지는 언급하지 않은 채 “미군 병사를 포로로 남겨두지 않는 게 미국의 의무”라고 말했다. 국방부 관리들은 “버그달의 실종과 수색하던 동료 군인들이 전사한 사건과의 관계는 좀더 조사를 해봐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탈영 사실이 확인되더라도 미국 정부는 버그달을 처벌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는 국방부 관리가 “(포로로 있던) 5년이면 충분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관타나모 수감자 석방을 30일 전에 의회에 알리지 않아 불법을 저질렀다고 주장해온 공화당은 이미 정치 쟁점화하고 있다. 보수파 지도자인 패트릭 뷰캐넌은 <아메리칸 컨서버티브>에 올린 ‘버그달이 미국 정치의 양극화를 심화시킨다’라는 글에서 “버그달이 탈영했는지 여부는 확실하지 않다. 진상이 명확하게 밝혀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군인들과 통수권자 사이의 괴리가 더 커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척 헤이글 국방장관은 “버그달의 건강에 이상이 생겼다. 그를 구하는 게 급한 일이었다”며 의회에 미리 알리지 않은 것에 대해 해명했다.
버그달의 고향인 아이다호주 헤일리의 분위기도 뒤숭숭하다. <워싱턴 포스트>는 5년간 버그달의 석방을 기다려온 주민들이 그가 돌아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착잡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포로 기간 일병에서 병장으로 진급한 버그달을 기억하는 주민들은 “사려 깊은 청년”이라고 떠올리며 그의 귀환을 고대하고 있지만, 탈영병이라는 주장이 나오면서 조심스런 분위기도 감지된다는 것이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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