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즈비그뉴 브레진스키(86)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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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외교 거물’ 브레진스키 진단
국제정세 전례없는 불안정 시기
미, 국제 현안 대처할 능력 없어
중과 동등한 파트너 관계 필요
러와 협력은 중동에 국한해야
“국제정세가 역사상 전례없는 불안정의 시기로 빠져들었다.” 미국의 대표적인 전략가인 즈비그뉴 브레진스키(86·사진)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현재의 세계를 이렇게 진단했다. 그는 22일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 폴리시>와 인터뷰에서 미국이 더이상 단독으로 국제 현안들에 대처할 수 없으며, 중국을 동등한 파트너로 삼아 공동 대응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브레진스키는 지미 카터 행정부 시절 안보보좌관을 지냈으며, 현재까지도 미국 행정부에 자문을 하고 외교정책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외교 거물’이다.
동시다발 위협…미국 대응능력 상실
브레진스키는 현재 세계 정세에 대해 “지구상의 광범위한 지역이 동시에 대중들의 동요과 분노, 사실상의 국가 통제력 상실에 지배되고 있다는 점에서 역사적으로 전례가 없다”고 분석했다. 그는 “하나의 중심적 위협이 아니라 여러 가지 위협이 거의 모든 사람들에게 느껴지는 거대한 혼돈과 분열, 불안정한 세계를 우리는 보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에선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으로 1939년 이후 처음으로 일방적인 영토 확장이 벌어졌지만, 유럽 국가들은 분명한 자기 주장을 펴지 못하고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나아가 중동의 현 정세는 “17세기 유럽의 종교전쟁인 ‘30년 전쟁’과 일부 유사한 점이 있다”며 혼돈 그 자체라고 말했다. 아시아 국가들은 중국의 부상, 중국과의 영토 갈등으로 겁에 질린 상태이며, 아프리카 국가들도 혼란의 초기 단계에 진입했다고 그는 진단했다. 이런 상황이지만 미국은 국제적인 도전 과제들에 대처하는 능력을 상실하고 있으며 리더십을 발휘할 수 없는 지경에 빠졌다고 그는 지적했다.
브레진스키는 이런 혼돈의 세계를 안정시킬 방안의 핵심은 미국과 중국이 ‘동등한 이해관계자’로서 국제 현안들을 관리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중은 과거 미-소, 미-독 관계와 달리 이데올로기적 적대감이 없어 협력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은 통제할 수도 없고 이해할 수도 없는 지역을 관리하는 책임을 혼자서 맡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과 러시아는 지역 이해관계와 테러에 대한 취약성, 에너지 확보 등 여러 이유 때문에 미국과 협력하는 것이 이익이 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본 것처럼 러시아는 국제사회에서 지도적 역할을 하기는 힘들다면서, 러시아와의 협력은 중동 및 이슬람 관련 문제에 국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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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진스키가 보는 국제 정세 (※클릭시 확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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