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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7.28 17:01 수정 : 2014.07.28 17:16

세계 35위 독일 거부의 소박한 장례식…
미국 부자들과 달리 겉으로 드러내지 않아
영국 BBC, 사례 들며 독일 부자의 삶 소개

세계적인 슈퍼마켓 ‘알디’(Aldi)의 창업주 칼 알브레흐트가 16일 94살로 세상을 떠났다. 그런데 그의 죽음은 장례식이 열린 21일에나 알려졌다. 세계 35위의 거부이지만 소박한 가족장을 치렀고, 주변에서는 일주일간 죽음을 알지도 못했다. 왜 그랬을까?

영국의 <비비시>(BBC) 방송은 27일(현지시각) ‘독일의 슈퍼 은둔-슈퍼 부자’라는 기사에서 독일 부자 몇명의 사례를 들며, 빌 게이츠나 워렌 버핏 등 공적인 삶의 한 부분이 된 미국 부자들과 달리 독일의 부호들은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검박의 윤리가 있다고 소개했다.

칼 알브레흐트와 동생 테오 알브레흐트는 1946년 어머니가 운영하던 소매점을 인수해 현재 유럽 중심으로 8000개의 점포를 낸 세계적인 슈퍼마켓 체인의 창업주다. 형 알브레흐트는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 기준으로 독일내 2위, 전 세계 35위의 부호다. 하지만 이들을 아는 사람들은 별로 없다.

알브레흐트 형제는 검소의 대명사다. 2차 대전 이후 재건 과정에서 ‘세명 이상 모여야 성냥에 불을 붙인다’는 말은 독일 사람들의 물자절약을 대표하는 말이 됐다. 알브레흐트 형제도 다르지 않았다. 전직 직원들에 따르면 두 창업주는 손으로 잡을 수도 없을 정도로 작은 몽당연필로 회계장부를 작성했다. 체인점 점장들한테도 따로 전화를 설치해주지 않고 공중전화를 사용하도록 했다.

싼값에 공급하기 위한 비용절감은 회전이 잘되는 물품 300가지만 특화해 공급하도록 했다. 현재는 약 2000가지 품목을 비치했지만, 일반적으로 대형 체인점의 4만5천가지 물품보다는 적다. 식료품의 경우 관리 비용이 많이 드는 신선상품보다는 캔에 담은 것을 주로 판매했다. 진열대마저 비용이라는 생각에 화물차로 운반될 때처럼 목재 발판 그대로 물품을 인수해 가게에 비치하기도 했다. 이렇게 광고나 진열 등 부대 비용을 최소화해 품질 대비 가격을 낮추며 유럽 시장을 석권했다. 1971년 동생 테오가 납치됐을 때, 형 칼은 동생의 인질 몸값을 지불한 뒤 세금에서 깠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독일의 신문들이 부음기사를 쓰려고 자료를 찾았지만 1953년과 1971년 때의 평범한 연설이 전부였다.

칼 뿐만이 아니다. 알디 다음으로 큰 독일의 슈퍼마켓 체인인 리들(Lidl)의 디에테르 슈바르츠는 세계 25위의 부호지만 알려진 사진은 딱 2장으로, 그중 하나는 흑백이다. <비비시>는 칼 알브레흐트가 은둔형이라면, 슈바르츠는 투명인간형이라고 했다.

명차로 ‘과시 소비’를 대표하는 BMW를 일으킨 가문도 마찬가지다. 도산 직전의 BMW를 오늘날 세계의 명차로 만든 헤르베르트 관트의 상속녀 수잔 클라텐은 BMW 지분의 12.5%를 물려받았다. 현재 세계 부호 반열 44위에 오르는 등 독일에서 가장 부자인 여성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눈에 띄지 않게 저공행보를 하고 있다. 애초 자동차 업계에 발을 디딜 때 견습생으로 밑바닥부터 공장일을 했고, 가명으로 일하면서 알게된 남편은 결혼을 약속할 때까지 그녀가 BMW 거물의 딸인줄 몰랐다.

<비비시>는 이런 독일의 슈퍼 부자는 대외 활동을 활발하게 펴는 미국이나 영국의 부호와는 다르다고 전했다. 미국의 부호들이 기자회견을 열거나, 각 도시마다 자기 이름이 달린 박물관이나 의료기관을 기증하는 것과 달리 독일의 부자들은 조용하다는 것이다. 그것은 독일 사회에서 검약이 미덕이고, 윤리의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정작 최고급차를 만들어내지만 본인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과시하고 싶어하는 남들을 위해 만들고, 돈이 많다고 뻐기지도 않으면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독일 사회의 불평등도 유로존 나라들과 비교할 때 크게 예외가 아니어서, 성인의 25%가 자산이 없거나 빚지고 살고 있다. 하지만 부자들이 고개를 숙이고 조용하게 지내면서 밖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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