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07.29 19:53
수정 : 2014.07.29 19:53
헤이그 재판소, 러시아 정부에
옛 석유회사 부도 책임 물어
러시아 정부가 500억달러(51조2000억원)의 배상금을 물게됐다. 국내총생산(GDP)의 2.5%에 이르고, 러시아 정부의 올해 예비비의 57%에 이르는 거액이다. 러시아한테는 악재가 겹쳤다.
네덜란드 헤이그의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는 28일 러시아 정부가 강제 수용한 옛 러시아 석유회사 유코스의 주주에게 500억달러를 배상하도록 판결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재판소는 “러시아 정부가 청구인의 자산을 강제 수용했다”며 러시아 정부의 책임을 인정했다.
유코스는 10년 전 러시아 최대의 민간 석유회사였지만 하루 아침에 파산했다. 러시아 최고 부호였던 유코스의 회장 미하일 호도르코프스키는 사기와 탈세 혐의로 2003년 체포된 뒤 복역하다가 지난해 12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사면으로 풀려났다. 호도르코프스키 회장은 야당을 지원하고 대통령을 비판한 데 대한 정치보복을 당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유코스도 330억달러의 세금 폭탄을 맞고 2006년 파산했다. 러시아 정부는 유코스를 강제 수용한 뒤 푸틴 대통령의 측근이 운영하는 최대 국영 석유회사 로스네프트가 경매를 통해 인수하도록 했다.
호도르코프스키 회장은 과거 메나텝 그룹을 통해 유코스를 경영했고, 메나텝 그룹은 현재 GML 지주회사로 바뀌었다. 승소한 GML은 “러시아 정부가 유코스를 부도나게 한 뒤 정치적 목적에서 국유 기업에 팔았다는 것을 재판소가 확인했다”고 밝혔다. 500억달러는 국제상설중재재판소 배상액으로는 사상 최대라고 GML은 밝혔다.
10년 가까이 진행된 이번 재판의 판결은 우크라이나 사태를 둘러싸고 미국·유럽과 러시아의 대립이 고조되는 가운데 나왔다. 러시아 재무부는 누리집에 “불공정한 판결이다. 중재재판소가 현재 진행중인 (우크라이나) 사태에 근거해 정치적으로 편향된 결정을 내렸다”고 비판했다. 러시아 정부는 항소할 계획이다.
크레디스위스의 이코노미스트 알렉세이 포고렐로프는 “이번 결정이 러시아의 장기 재정 안정성에 타격을 줄 뿐 아니라 국제신용평가사들이 러시아 신용등급 재조정을 고민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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