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08.04 20:52
수정 : 2014.08.04 22:10
이-팔 평화협상 중재 과정서…‘수시 도청’ 미, 공식 반응 없어
이스라엘이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을 도청한 사실이 드러났다.
독일 시사주간 <슈피겔>은 3일 이스라엘 정보기관이 지난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평화협상을 위해 애썼던 케리 장관의 통화를 엿들었다고 전했다. 케리 장관은 평화협상 중재 과정에서 주기적으로 중동의 고위급 인사들과 통화했다. 그런데 암호화된 통신기기가 아닌 일반 전화로 통화하는 경우가 있었고, 이때 도청을 당했다는 것이다. <슈피겔>은 이스라엘 정부가 도청으로 얻은 정보를 외교에 활용했다고 전했다. 영국 <가디언>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무차별 폭격이 유엔으로부터 ‘전쟁 범죄’로 비난받는 상황에서 도청 파문이 불거졌다며, 만약 사실이라면 미국도 떨떠름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각국 정상들의 휴대전화 도청을 예사로 한 미국이나, 이스라엘 정부는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케리 장관은 임기 초 중동 외교를 최우선 순위로 삼고, 지난해 7월부터 올해 4월까지 평화협상 중재에 힘을 쏟았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을 협상 테이블로 불러들였지만, 양쪽의 불신과 이스라엘의 강경한 태도로 판은 9개월 만에 깨졌다.
케리 장관은 중재 과정에서 이스라엘에 불만을 터뜨린 바 있다. 이스라엘이 평화 협정에 이르지 못한다면 “인종차별 국가가 될 수 있다”거나, “민주주의 국가가 되는데 타격을 줄 수 있다”라고 해 이스라엘의 반발을 부르기도 했다. 케리 장관은 인종차별 발언에 대해서는 나중에 사과했다. 케리 장관은 2주일 전에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민간인 폭격에 대해 “지독한 정밀작전, 지독한 정밀작전”이라고 보좌관과 통화한 내용이 <폭스 뉴스>의 마이크에 잡혀 공개됐는데, 이스라엘을 비판하는 어조였다.
<가디언>은 미국 정보기관이 다른 나라 정상을 도청하는 만큼 자국 외교관의 도청 노출 위험성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라며, 이번 도청이 미국 정부를 경악시키지는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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