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08.05 19:43
수정 : 2014.08.06 00:03
미 환자 2명에 투여…“상태 호전”
원숭이 임상시험에는 효능 불구
인간대상으로는 임상시험 없어
전문치료제 개발 기대감도 고조
“제트맵(ZMapp)이 살린 것 같다.”
아프리카 라이베리아에서 에볼라 환자를 치료하다가 감염돼 미국으로 후송된 켄트 브랜틀리(33) 박사의 상태 호전이 개발중인 에볼라 치료제 덕인 것 같다고 미국 <시엔엔>(CNN)이 4일 보도하면서, 에볼라 신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구호 단체 소속으로 라이베리아에 파견됐던 브랜틀리 박사는 현지에서 에볼라 감염 뒤 미국에서 공수된 신약을 투약받았고, 2일 미국 에모리대학 격리 병동으로 후송된 뒤에도 계속 신약으로 치료를 받고 있다. 역시 구호 단체 소속으로 라이베리아에서 감염된 낸시 라이트볼(60·여)도 현지에서 신약을 투약받았고, 에모리대학 병원으로 후송될 예정이다. 브랜틀리 박사는 라이베리아에서 미국의 아내에게 전화로 ‘작별’을 고했을 정도로 위중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신약 투약 이튿날 혼자 샤워도 할 수 있을 정도로 기적적으로 기력을 회복했다고 방송은 전했다.
에볼라 신약인 제트맵은 에볼라 감염 24시간 이내의 원숭이 4마리, 감염 48시간 이내의 4마리 등 8마리를 대상으로 한 영장류 실험에서 100% 효과를 발휘했다. 신약을 투약받지 못한 채 바이러스에 노출된 원숭이 한 마리는 감염 5일째 죽었다. 그러나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실험을 한 적이 없어 미국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지 못한 상태였다. 하지만 치사율 90%인 에볼라에 감염된 브렌틀리 박사 등의 생명이 위중해지자 투약이 결정됐다. 브랜틀리 박사는 지난달 22일 감염 뒤 자신이 치료했던 14살 난 라이베리아 소년의 피를 수혈받기도 했으나, 병세를 호전시킨 결정타는 냉동 상태로 공수된 신약으로 보인다고 <시엔엔>은 전했다.
제트맵은 2003년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설립된 직원 9명의 소규모 회사인 맵 바이오제약이 개발했다. 그동안 서방의 초대형 제약회사들은 에볼라 발병이 흔치 않고 아프리카의 시장성이 낮다는 이유로 에볼라 신약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그러나 맵 바이오제약은 미국국립보건원(NIH) 및 국방부 산하 국방위협감소국(DTRA)의 지원을 받아 연구를 할 수 있었다. 미국국립보건원은 당국의 승인을 받아 9월께 제트맵의 임상시험을 추진할 예정이다.
에볼라 신약개발 분야에선 캐나다 제약회사 테크미라와 맵 바이오제약이 경쟁 관계다. 테크미라는 자사가 개발한 에볼라 치료제의 임상실험을 이미 시작해 한발 앞서 나갔고, 최근 에볼라 확산 우려가 커진 뒤 7월18일~8월4일 주가가 70% 이상 뛰었다. 하지만 제트맵의 치료효과가 <시엔엔>을 통해서 알려지면서 주가 고공행진이 꺾였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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