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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60) 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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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10일 첫 직선제 대통령선거
총리 4연임 불가능하자 대선 출마
“당선땐 대통령중심제로 개헌” 공언
지지·반대여론 팽팽한 대립 속
에르도안 부정선거 시도 우려도
“그들은 내가 아르메니아인이라고 했다!”
10일 치러지는 터키 사상 첫 직선제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집권 정의개발당(AKP) 후보인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60·사진) 총리의 발언이 다시 논란을 일으켰다. 선거운동 막바지인 지난 5일 텔레비전에 출연한 에르도안 후보는 야당을 비판하면서, “그들은 내가 조지아(그루지야)인이라고 했다. 더 추악한 말도 했다. 그들은 내가 아르메니아인이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1차 세계대전 때 튀르크족과 아르메니아 민족 간에 벌어진 분쟁은 터키에서 매우 민감한 문제이고, 아르메니아인들은 비교적 차별받는 소수민족이다. 야당은 에르도안 총리의 이런 인종차별 발언이 터키를 또다시 분열시키고 있다고 비판한다.
10일 대선은 터키 정치사에서 중요한 분수령이 될 수 있다. 1923년 터키공화국 수립 이후 총리 중심의 내각책임제 아래서 대통령은 국회가 선출해 왔다. 하지만 2002년 집권한 정의개발당은 대통령 선거를 직선제로 바꿨다. 에르도안은 2003년부터 이미 11년 동안 총리로서 통치해 왔는데, 당내 규정 때문에 총리 4연임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대선에 나섰다. 그는 지난달 출마 선언에서 “대통령에 당선되면 헌법을 개정하겠다”고 공언해 대통령중심제로 개헌해 장기집권에 나설 뜻을 내비쳤다.
에르도안 총리는 최근 몇년 동안 터키를 뒤흔든 여러 정치적 논쟁들의 중심에 있었다. 터키는 극과 극의 다양한 모습이 공존하는 사회다. 도시와 농촌, 부유층과 빈곤층, 세속주의자와 이슬람교 전통에 충실한 이들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자유주의자, 세속주의자, 도시 주민들이 주축인 비판자들은 지난해 게지공원 개발 반대시위를 강경 진압한 것, 에르도안 총리가 연루된 대규모 부패 스캔들, 언론 통제 등에서 드러난 에르도안 총리의 독선적·권위주의적 통치에 강하게 반발한다.
하지만 지지층은 그가 집권한 11년 동안 경제가 크게 성장했다며, 그가 대통령이 되면 더 많은 경제 발전이 있을 것으로 믿는다. 에르도안 총리는 터키공화국 건국 100주년인 2023년까지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 도약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농촌 지역 주민, 종교적 성향이 강한 이들이 에르도안 총리의 주요 지지층이다. 퓨리서치의 최근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48%는 에르도안을 지지한다고, 48%는 반대한다고 답했을 정도로 터키 사회는 에르도안을 둘러싸고 분열돼 있다.
이번 대선을 앞두고 야권에선 동맹이 형성됐지만, 여당에선 분열이 벌어졌다. 에르도안 총리가 당선되면 내각제를 대통령제로 바꾸겠다고 밝혔지만, 누가 차기 총리가 될지 등을 두고 여당 내 파벌들의 다툼이 치열하다.
반면, 제1야당인 공화인민당(CHP)과 민족운동당(MHP)은 야권 단일후보로 이슬람협력기구 전 사무총장인 에크멜렛딘 이흐산오을루(71)를 선출해 불가능해 보였던 동맹을 이뤄냈다. 공화인민당은 케말 파샤로부터 이어진 좌파 성향이고, 민족운동당은 우파여서 이념적으로는 정반대편이다. 그래서 이번 후보 단일화는 매우 이례적이다.
이흐산오을루의 최대 강점은 에르도안의 지지층으로부터도 표를 끌어올 가능성이다. 그는 에르도안 정부에서 터키를 대표해 이슬람협력기구 사무총장에 당선됐고, 얼마 전까지도 에르도안을 포함해 집권당 인사들로부터 큰 지지와 호평을 받았던 인물이다. 그가 정의개발당 지지층에서 얼마만큼의 표를 흡수할지가 이번 선거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다.
또 다른 변수는 쿠르드계 시민들과 사회주의자들의 움직임이다. 사회주의 성향의 쿠르드계 정당인 인민민주당(HDP)의 공동대표 셀라핫틴 데미르타쉬가 출마해, 1차 투표에서는 중앙정부에 불만을 가진 쿠르드계 시민과 사회주의자들의 민심이 주요하게 반영될 것이다. 온건한 이미지인 데미르타쉬 후보가 6%가 넘는 득표를 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이런 야당의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여당 지지층은 에르도안이 무난히 당선될 것으로 본다. 이들은 지난 3월 지방선거 당시 에르도안 총리가 트위터 접속 차단 등 비민주적 조처를 취한 것도 큰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터키의 발전을 방해하려는 외부 세력이 있기 때문에, 에르도안 총리가 가끔 이런 대책을 취해도 괜찮다고 여긴다. 지난해 터키를 떠들썩하게 했던 에르도안이 관련된 비리 사건을 수사했던 경찰들이 2주 전 석연찮게 구속된 것을 둘러싼 논란도 지지율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선을 앞두고 터키 내에선 ‘푸아트 아브니’(Fuat Avni)라는 트위터 계정의 접속이 차단되는 등 통제도 강화됐다. 지난해 에르도안 총리와 관련된 부패 사건 정황 등이 이 트위터를 통해 계속 폭로되자, 거의 100만명의 팔로어가 생겼다. 정보기구는 아직도 이 계정의 주인이 누구인지 밝혀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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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 시나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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