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08.12 20:59
수정 : 2014.08.12 22:19
미 제약회사 개발 ‘제트맵’ 허가
비축량 절대부족…보급 더딜듯
감염자 치료돕던 스페인 신부 숨져
아프리카 대륙 바깥서 사망은 처음
세계보건기구(WHO)가 시험 단계인 에볼라 치료제의 사용을 허가한다고 밝혔다.
세계보건기구는 12일 성명을 내어 “세계보건기구 의료윤리위원회는 에볼라 발병과 같은 특수한 상황에서 일정한 조건이 맞는다면 아직 치료나 예방에서 그 효과나 부작용 등이 밝혀지지 않았더라도 시험 단계의 치료제를 제공하는 것이 윤리적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또 “아직 검증이 안 됐지만 특별한 상황에서 의학적 치료 가능성을 평가해볼 도덕적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로써 미국의 맵바이오제약이 만든 제트맵(ZMapp) 등 시험 단계의 에볼라 치료제가 발병 지역인 아프리카의 라이베리아 등 위험에 노출된 곳에 공급될 것으로 보인다. 맵바이오제약은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아 나이지리아와 라이베리아 의료진에게 제트맵을 공급할 예정이다.
앞서 세계보건기구는 오스트레일리아 모내시대학 인간바이오윤리센터 소장인 마이클 셀겔리드 교수와 국경 없는 의사회 소속 필리프 칼랭 박사 등 12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의료윤리위원회를 소집했다. 이들은 아직 치료제나 백신이 없는 에볼라 바이러스가 서부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창궐하는 상황에서 시험 단계에 있는 치료제를 사용할지 여부를 집중 논의했다.
그러나 비축량의 절대 부족으로 세계보건기구의 사용 승인이 현장에서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지는 의문이다. 맵바이오제약은 12일 “제트맵 비축량이 고갈됐으며 공급 확대를 위해 추가적인 자원을 동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맵바이오제약은 에볼라에 감염된 미국인 두 명과 스페인 신부에게 제트맵을 공급했고 서아프리카 2개국에도 무상으로 제공할 계획이다.
물론 시험 단계의 치료제인 제트맵이 완벽한 효과를 불러오는 것은 아니다. 라이베리아에서 선교 활동 중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돼 본국으로 돌아와 치료받던 스페인 신부 미겔 파하레스(75)는 제트맵 치료에도 12일 숨졌다고 스페인 당국이 발표했다. 아프리카 대륙 밖에서 숨진 첫 환자이며, 에볼라로 숨진 첫 유럽인이기도 하다. 라이베리아에서 50년 넘게 선교 활동을 한 파하레스 신부는 수도 몬로비아에 있는 성요셉병원에서 에볼라 감염자 치료를 돕다가 감염돼 지난 7일 스페인으로 돌아왔다. 파하레스 신부는 9일 밤 제트맵 치료에 들어갔으나 소생하지 못했다.
한편 세계보건기구는 9일 기준으로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자는 1848명, 이 가운데 사망자가 1013명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기니에서 506명 감염에 373명 사망, 라이베리아에서 599명 감염에 323명 사망, 시에라리온에서 730명 감염에 315명 사망, 나이지리아에서 13명 감염 2명 사망 등의 차례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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