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08.18 22:55
수정 : 2014.08.18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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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전 관련 기밀문건 9만여건을 공개한 위키리크스의 운영자 줄리언 어산지가 26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런던/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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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피신생활로 폐·심장 건강 이상설…시기와 방법은 안 밝혀
인터넷폭로 사이트 위키리크스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43)가 성범죄 강제송환을 피해 2년 2개월째 피신 중인 영국 주재 에콰도르 대사관을 곧 떠나겠다고 밝혔다.
어산지는 18일(현지시간) 런던 에콰도르 대사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에콰도르대사관을 곧 떠날 것”이라고 예고해 지난 2012년 망명 신청으로 시작된 도피 생활을 끝낼 뜻을 공개적으로 표명했다.
어산지는 그러나 에콰도르 대사관을 언제 어떤 방식으로 나올지는 구체적인 언급을 회피했다. 에콰도르 대사관을 나오는 이유에 대해서도 “언론이 보도한 (건강상의) 문제 때문은 아니다”라고만 밝혔다.
수염을 기른 모습의 어산지는 “대사관 피신 2년 등 4년 가까이 햇빛도 못 보고 갇혀 지내면 누구나 건강상 문제가 생길 것”이라며 영국 정부가 기본적인 인권조차 보장하지 않는 것은 “유럽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또 자신은 영국이나 스웨덴에서 아직 기소된 사실이 없으며, 망명도 위키리크스에 대한 탄압 때문이지 성범죄 의혹과는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기자회견에 동석한 리카르도 파티노 에콰도르 외무장관은 “어산지에게 자유가 주어져야 한다”며 “에콰도르 정부는 어산지를 보호하기 위한 지원을 계속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몇 주간 영국 외무부와 만나 현 상황 타개를 위한 협의를 진행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크리스틴 흐라픈손 어산지 대변인은 이와 관련 “영국 정부가 국제사회의 요구를 존중해 대사관 주변 포위를 철회하면 어산지는 영국을 떠날 수 있을 것”이라며 원론적인 주장을 반복했다.
이날 회견으로 어산지가 에콰도르 대사관을 어떤 방식으로 나오게 될지 관심이 쏠렸다.
현재로서는 어산지가 에콰도르 대사관에서 나오면 체포·송환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영국 정부는 어산지가 에콰도르 대사관을 나오는 즉시 체포해 스웨덴에 보내겠다는 태도를 굽히지 않고 있다. 당국은 특별한 사유가 없다면 체포 열흘 안에 어산지의 송환 집행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어산지가 병 치료를 이유로 대사관을 나와 병원에 입원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으나 스웨덴에서도 치료가 가능하므로 송환을 피하기는 어렵다는 반론도 맞섰다.
어산지는 브래들리 매닝 미군 일병이 2010년 이라크에서 정보 분석관으로 근무하면서 빼낸 기밀문서를 위키리크스를 통해 폭로해 파문을 일으켰다.
그는 스웨덴에서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돼 영국 대법원으로부터 스웨덴 송환 판결을 받자 2012년 6월 런던 주재 에콰도르 대사관으로 들어가 망명자 신분으로 은신해 왔다.
최근 스웨덴 법원에 시효만료를 내세워 자신의 체포영장을 무효화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으나 기각돼 돌파구 마련에 어려움을 겪었다.
영국 언론에 따르면 어산지는 장기 피신 생활로 심장과 폐의 기능이 악화하는 등 건강상 문제를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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