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08.19 20:36
수정 : 2014.08.20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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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나 시우바(오른쪽)가 지난 6일 브라질사회당의 대선 후보였던 에두아르두 캄푸스(왼쪽)와 브라질리아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13일 캄푸스가 비행기 사고로 숨진 뒤, 그의 러닝메이트였던 시우바가 유력한 대선 주자로 급부상했다.
브라질리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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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당 시우바 돌풍
아마존에서 태어나 환경 운동 명성
같은 당 후보 추락사 뒤 다크호스로
현 대통령 맹추격…결선 땐 역전 가능성
다급한 집권당 ‘룰라 컴백’ 주장 나와
비행기 탑승 직전 마음을 바꿔 추락을 면했고, 고무 수액을 채취하는 아마존의 가난한 부모에게서 태어나 말라리아와 간염에 노출됐으나 역시 극복했다. 죽음의 고비마다 위기를 극복해온 ‘아마존의 여전사’, 브라질사회당의 마리나 시우바(56)가 10월5일 브라질 대선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같은 당의 대선 후보였던 에르아르두 캄푸스가 지난 13일 경비행기 추락사고로 사망한 뒤, ‘대타’로 나선 시우바는 대선 여론조사에서 단박에 2위로 올라섰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브라질사회당이 캄푸스 추모기간이 마무리되는 다음주 시우바를 공식 대선 후보로 발표할 것이라고 19일 보도했다. 시우바는 러닝 메이트로 캄푸스의 부인을 지명할 것으로 보인다.
시우바 돌풍은 캄푸스 사망 직후인 14~15일 여론조사기관 다타폴랴가 176개 도시 284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확인된다. 18일 발표된 이 조사 결과를 보면, 대선 예상 득표율 1위는 36%를 얻은 집권 노동자당의 지우마 호세프(66) 대통령이지만, 2위는 시우바 후보로 그의 지지율 21%는 생전의 캄푸스 후보 지지율의 두배가 넘는다. 3위는 브라질사회민주당의 아에시우 네비스(54) 후보로 20%를 얻었다. 특히 과반 후보가 없을 경우 10월26일 치러지는 결선투표에서는 시우바는 호세프와 맞붙을 경우 47% 대 43%로 우세할 것으로 나타났다. 캄푸스와 함께 비행기에 탑승하기로 했다가 목숨을 건진 극적인 사건처럼, 시우바가 결선투표에만 진출하면 대역전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시우바는 브라질 북서부 아크리주의 가난한 고무농장 노동자의 11남매 중 한명으로 태어났다. 포르투갈과 아프리카계의 혼혈로 16살 때 부모를 잃자 가정부로 일하는 등 어려움 속에서 아크리연방대학을 졸업한 뒤 환경·노동 운동가로 정치 활동에 뛰어들었다. 목축이나 자원 개발을 위한 대규모 아마존 벌채나 삼림파괴로 원주민 사회가 붕괴하는 것에 항의해 시위를 주도했다. 함께 일하던 운동가 치코 멘데스가 암살당하는 등 위협 속에서도 그는 굴하지 않았다. 1994년 고무노동자 최초로 연방 상원의원에 당선된 뒤에는 아마존 환경보존 활동으로 골드만환경상을 받았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의 브라질노동자당 정부 시절에는 환경장관(2003~2008)으로 활동했다.
하지만 환경운동가로서의 이상과 개발을 우선하는 현실정치의 괴리에서 실망한 시우바는 노동자당을 탈당해 녹색당으로 당적을 바꿨고, 2010년 녹색당 후보로 대선에 출마했다. 당시 시우바는 1차 투표에서 호세프 후보(46.91%), 브라질사회민주당의 주제 세하 후보(32.61%)에 이어 3위(19.33%)를 차지했다. 이후 독자 정당을 창당하려다 실패하자, 지난해 브라질사회당에 합류해 캄푸스 후보의 러닝 메이트로 대선을 준비해왔다.
시우바 후보의 과제로는 전통적으로 노동자당을 지지해온 빈곤층과 중산층의 표를 어느 정도 가져올 수 있느냐가 꼽힌다. 하지만 어려운 환경에서 태어나 역경을 뚫고 성장한 그의 삶과 정치 이력은 빈곤층과 진보적인 유권자 사이에 큰 호소력을 가지고 있다. 시우바 돌풍에 긴장한 집권 노동자당 내부에서는 호세프 대통령 대신 룰라 전 대통령을 후보로 내세워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10월5일 대선에서 시우바가 승리한다면 그는 흑인 최초의 브라질 대통령이란 역사를 쓰게 된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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