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09.07 15:39
수정 : 2014.09.07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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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쩌민 전 주석 / 한겨레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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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전 베이징 병원서…심복 저우융캉 조사에 충격
공식 발표는 하루이틀 뒤…‘사망 단정 이르다’ 관측도
‘태상왕’으로 불리며 중국 정치의 막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온 장쩌민 전 국가주석이 7일 지병인 방광암으로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공산당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은 장 전 주석이 이날 오전 10시 베이징 시내 301병원에서 사망했다며, 공식 발표는 하루 이틀 뒤에 나올 예정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중국 내 또다른 외교 소식통은 “아직은 장 전 주석이 사망했다고 판단할 만한 특별한 분위기가 감지되지 않는다”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장쩌민 사망설’의 진위를 확인하는 데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지만, 그가 위독한 상태라는 소식은 최근 여러 경로를 통해 흘러나왔다. 일본 <도쿄신문>은 올해 88살인 장 전 주석이 지난달 초 상하이 자택에 머물던 중 방광암이 악화돼 상하이의 한 병원에 급히 입원했다고 최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지난 7월 말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가 ‘중대한 규율 위반’을 이유로 장 전 주석의 심복인 저우융캉 전 정치국 상무위원의 부패 혐의 등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자, 장 주석이 정신적 충격을 받아 병세가 크게 악화됐다고 전했다. 올해 5월 상하이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면담했다는 보도 이후 장 전 주석의 동정은 확인된 바 없다.
1989년 천안문(톈안먼) 시위 진압 과정에서 중국 권력의 중심에 등장한 장 전 주석은 2003년 국가주석직에서 은퇴한 이후에도 당과 군부, 국유기업 등에 대한 영향력을 바탕으로 막후에서 권력을 행사해 왔다. 그러나 시진핑 체제가 들어선 뒤 시 주석이 부패 척결 캠페인을 강력히 펼치자 어려운 처지에 몰린 것으로 관측됐다.
장 전 주석은 자신의 심복이었던 저우융캉에 대한 조사와 시 주석의 부패 척결 캠페인의 ‘과도함’에 대해 반대와 우려의 뜻을 표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또, 장 전 주석은 큰아들 장멘헝과 장손자 장즈청의 거액 의 부정 축재 및 부패 의혹이 불거지자 시 주석에게 자신의 일가에 대한 조사 면제를 요청했다는 소식도 흘러나왔다. 최근에는 장 전 주석의 주요 세력 기반인 상하이의 기업가들이 체포됐고, 공산당 기율검사위원회의 조사팀이 상하이로 급파돼 조사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장 전 주석의 사망이 확인되면, 시 주석의 부패 척결 칼날은 더욱 날카롭게 당내 고위층과 주요 정치세력을 겨냥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이 부패 척결 캠페인을 통해 급속히 권력을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저우융캉 전 상무위원에 이어 장 전 주석 등이 다음 목표물이라는 관측이 계속되어 왔다. 시 주석의 입장에서 부패의 사슬로 얽힌 과거 체제의 문제들을 일소하려면, 장 전 주석과 그의 세력에 손을 댈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최근에는 중국 내 주요 건물들에 걸려 있던 장 전 주석 이름들과 그가 쓴 글씨들을 떼어내는 사진들이 웨이신(중국판 카카오톡) 등을 통해 확산됐다.
박민희 기자, 상하이/성연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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