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09.23 20:04
수정 : 2014.09.23 20:04
소로스 후원 신경제사고연구소
전자책 ‘대안 경제학 원론’ 발간
금융위기·불평등 등 최신 동향 담겨
“경제학 커리큘럼이 문제다. 바꿔라.”
2008년 금융위기 뒤 확산된 ‘주류 경제학’에 대한 비판론이 이제는 대학의 경제학 커리큘럼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2011년 미국 하버드 대학생들이 보수적 경제학자인 그레고리 맨큐 교수의 강의실에서 퇴장한 사건, 2013년 영국 맨체스터대학 학생들의 경제학 커리큘럼 변경 요구 등의 흐름 속에서 ‘대안 경제학 원론’이 등장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조지 소로스가 후원하는 신경제사고연구소가 2008년 금융위기를 예견하거나 설명하지 못하고, 불평등이나 지구온난화 등 현안에 대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기존 경제학 커리큘럼을 대신할 새로운 경제학 원론을 펴냈다고 22일 보도했다. 미국 컬럼비아대학 등 4개 대륙의 교수진이 집필에 합류했다.
우선 전자책 형태로만 나왔다.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나 앤디 홀데인 영국중앙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 등은 “다양한 방식의 접근법이 다음 세대 정책 결정자들이 실수를 피하게 하는 데 필요하다”며 반기고 있다. 로버트 존슨 신경제사고연구소 소장은 “경제학 학부 과정이 최신 연구 동향을 반영하지 못하고, 자료나 사례도 미국 중심이었던 점들을 해결하려 했다”고 밝혔다.
‘대안 경제학 원론’은 누리집(http://core-econ.org/)에서 내려받을 수 있는데, 앞으로도 학생이나 교수들의 지혜를 모아 수정을 거듭할 예정이다. 2016년부터는 실제 대학에서 강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학교 당국에 커리큘럼 변경 협조를 요청할 예정이다. 물론 기존 개론서의 큰 틀에 머물고 있고, 주류 경제학자들이 주도하는 학교 당국들이 커리큘럼을 바꿀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현재의 주류 경제학이 극단적인 수식이나 모델에 몰두해 현실에 대한 해석 능력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오는 상황에서, 이런 대안 경제학 커리큘럼은 새로운 시도로 받아들여진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21세기 자본>의 저자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대 교수도 “약간의 (수학적) 이론적 모델은 도움이 되지만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알려면 다층적, 사회적, 정치적 관점을 갖는 게 중요하다”며 경제학이 현실과 역사, 사회적 이슈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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