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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11.26 22:00 수정 : 2015.01.13 14:28

지난 20일 라오스 루앙프라방주 비엥캄 지역 라오사오마을 보건소에 엄마 리(30)와 그의 아이들이 찾아왔다. 리는 이날 5개월 된 다섯째 아이 저(오른쪽)가 심한 설사를 해 보건소에서 약을 받아갔다.

영유아 사망률 높은 라오스 루앙프라방 르포

최근 케이블방송 예능 프로그램 <꽃보다 청춘-라오스 편>으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동남아시아 국가 라오스의 루앙프라방. 시내에서 1시간만 벗어나면 오지나 다름없는 공간이 펼쳐진다. 산속에 듬성듬성 마을들이 자리잡고 있다.

이곳에서도 아이는 태어나고 자란다. 세이브더칠드런이 전세계 어머니와 어린이 보건지표를 종합해 발표한 ‘2014 어머니 보고서’에서 라오스는 178개 나라 중 129위를 기록했다. 특히 루앙프라방 산악지대는 접근성이 떨어지는 탓에 5살 미만 영유아 사망률이 라오스 전체 평균보다 높다. 라오스의 5살 미만 영유아 사망률은 1000명 중 79명(2012년 기준)인데, 루앙프라방 지역은 107명에 달한다. 주요 부족인 라오족 외에 몽족과 크무족 등 소수민족이 많이 살아 더 가난하고 의사소통도 쉽지 않다. 16~22일 <한겨레>가 세이브더칠드런과 함께 현지 상황을 취재했다.

■ 6개월에 한번 오는 이동진료소 19일 찾은 루앙프라방주 비엥캄 지역 큐라이 마을 초등학교. 어른 무릎 높이 정도로 자란 아이들이 학교 기둥에 등을 대고 키를 재고 있었다. 체중계 위에 오른 뒤 의사가 나눠주는 비타민 알약을 받아먹었다. 하얀 가운을 입고 주사기를 든 의사 앞에서 도망가려고 안간힘을 쓰다 자지러지는 울음을 터뜨렸다. 굵은 눈물방울을 펑펑 쏟는 아이를 보며 엄마들이 웃었다. 임산부 두 명은 이날 아기의 심장 소리를 처음 들었다.

이날은 마을에 처음으로 이동진료소가 차려진 날이었다. 마을은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루앙프라방 시내에서 3시간 넘게 차를 타고 들어가야 한다. 우기(4~10월)에는 마을로 통하는 흙길이 빗물에 사라져 차가 들어올 수 없다. 길은 건기에만 열린다. 의사 1명, 간호사 3명 등 의료진 6명은 아이 94명에게 홍역 예방접종을 했다. 의료진은 소수민족이 많은 마을 주민들에게 위생과 가족계획 등을 강조하는 영상물도 보여줬다. 핀함(32)은 생후 11일 된 딸을 안고 8살짜리 셋째 아이를 앞세워 진료소에 왔다. 의사 판(29)은 “비가 많이 오면 보트를 타고 가야 하는 마을도 있다. 날씨야 우리가 어찌할 수 없지만 이렇게라도 이동진료소가 계속 운영될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19일 라오스 루앙프라방주 비엥캄 지역의 포네케오 보건소. 부부 간호사인 남편 통사이(36)와 아내 퐁디(25)와 그들의 아이. 루앙프라방/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5살미만 사망률 10명당 1명에 달해
산골마을에 이동진료소 첫 방문
임산부들 태아 심장소리 처음 들어
엄마들 북적…“진료소 계속 운영되길”

보건소 있는 마을도 있지만
약품 옮길 차와 보관 냉장고 없어
의사·간호사도 턱없이 부족해
자원 봉사자들이 빈자리 대신

■ 응급이동수단 없는 산골 보건소 “보건소가 생기기 전에는 20㎞ 이상 떨어진 다른 지역 보건소까지 오토바이를 빌려서 타고 가야만 했어요. 이동이 어려우면 약초를 캐다 전통요법으로 치료했죠.”

20일 루앙프라방주 응오이 지역 라오사오 보건소에서 만난 다섯 자녀의 엄마 리(30)는 5개월 된 막내가 설사가 잦고 7살짜리 둘째 아이가 밤사이 피가 섞인 기침을 해 이곳을 찾았다. 리의 가족을 포함해 다섯 마을 1960명의 주민이 사는 이 지역은 해발고도 1000m가 넘는 고지대다. 마을 아래 산 중턱에 구름이 깔려 있다. 석달 전에야 보건소가 문을 열었다. 폐렴을 앓은 아이 8명이 보건소에 입원했다.

19일 라오스 루앙프라방주 비엥캄 지역의 큐라이마을에 이동진료소가 차려졌다. 한참 산길을 달려야 도착할 수 있는 이 마을 주민 낭(29)씨의 아이 다반(2)이 비엥캄지역병원에서 온 의사에게서 홍역예방주사를 맞고 있다. 루앙프라방/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주민들은 어려운 살림살이에도 1700달러를 모아 도시에서 온 간호사 송(36)이 머물 집을 지었다. 송은 아이들을 치료하기 위해 더 큰 병원에 있는 의사에게 전화를 걸어 조언을 듣곤 한다. 의약품을 옮길 차량이 없어 도시로 나가는 주민들에게 대신 부탁을 한다. 비엥캄 지역 포네케오 보건소의 소수민족 출신 부부 간호사 통사이(36)·펑디(25)도 같은 처지다. 이들은 모두 응급환자를 이송할 차량과 백신을 안전하게 보관할 냉장고가 필요하다고 했다.

19일 라오스 루앙프라방주 비엥캄지역 큐라이 마을에서 태어난지 11일된 아이를 안은 엄마 핀함(32)씨. 핀함은 소수민족인 크무족으로 아이 4명의 엄마다. 이동진료소가 마련된 학교에 자신의 셋째 아이 예방접종을 하기 위해 방문했다. 루앙프라방/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 의료진 대신하는 마을 자원봉사자들 응오이 지역 병원 대기실에서 만난 임신 9개월의 부(22)는 첫아이를 출산 한달 만에 잃었다. 아이가 숨을 잘 쉬지 못했지만, 제때 치료하지 못했다. 소수민족(몽족)인 부는 라오스 공용어인 라오어를 하지 못한다. 같은 몽족인 이 병원 의사 초우로리(32)가 라오족 의사의 말을 통역해야 했다.

남바크 지역 병원에서 일하는 의사 능송(36)은 2주 전 출혈이 심한 산모를 다른 병원으로 보내야 했다. O형 혈액을 구할 수가 없어서다. 보건소보다는 크지만 루앙프라방 시내 병원보다는 규모가 작은 지역병원은 국가 보건의료체계의 중추이지만 의약품과 의료진이 부족하다. 분만실에는 사람 키만한 산소통 말고 별다른 의료장비가 없었다. 보건소나 병원이나 의사는 고작 1~2명에 불과하다.

18일 라오스 루앙프라방주 응오이 지역 병원 모자보건소에서 만난 엄마 부에(22)씨와 남편, 의사 키아(32, 왼쪽)씨. 루앙프라방/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마을 주민들 중 글을 읽고 쓸 줄 아는 자원봉사자들의 열정이 의료 지원의 빈자리를 대신한다. 루앙프라방주 남바크 지역 남투암 보건소에서 만난 자원봉사자 능양(22)과 차농(53)은 진통제, 해열제, 밴드, 솜 등을 가지고 다니며 간단한 처치는 직접 한다. 교통이 불편한 마을에 의사가 도착하기 전에 환자의 상태를 기록하는 것도 이들의 몫이다. 능양은 “밭에서 일하던 여성이 금방 아이를 낳을 것 같다는 연락이 와 보건소로 데려다줬다. 순산하고 나서 ‘당신이 아니었다면 아이를 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며 고마워했다. 무급이지만 기쁘게 일하고 있다”고 했다.

20일 라오스 루앙프라방주 비엥캄 지역 라오사오마을 보건소 앞에서 간호사 2명과 마을 아이들이 기념사진을 찍었다.
세이브더칠드런 코리아는 라오스 정부와 함께 루앙프라방주의 응오이·비엥캄 지역 등에서 기초의료보건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2018년까지 진행 예정인데, 세이브더칠드런 오스트레일리아에서 가장 먼저 지원사업을 시작했다. 한국 쪽은 2월부터 합류했다. 의과대학이 한 곳뿐인 이 나라에서 자원봉사자와 조산사 등 의료 보조인력 교육프로그램 운영과 보건소·병원 설립을 지원한다.

18일 라오스 루앙프라방주 남박지역 남투암보건소에 시아(19)씨가 7개월된 아이 소우 예방접종을 맞추러 방문했다. 의사 치티콤(41)씨가 아이의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루앙프라방/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세이브더칠드런의 라오스 루앙프라방 사업장 기초보건사업 담당자 카만은 응오이 지역 출신 의사다. 어릴 때 크게 아팠는데 의사를 만나지 못해 죽을 뻔했던 기억이 있다. 그는 “라오스는 아직 의료시스템이 정착하지 못했다. 의료 접근이 많이 향상됐지만 아직도 수도, 위생시설, 의료진이 부족한 지역들이 있다”고 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2018년까지 루앙프라방 지역에 보건소 7곳을 더 지을 계획이다. 이동진료소가 마을을 한 번 방문할 때마다 60만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 마을 한 곳에 수도공사를 하는 데는 2000만원이 필요하다. 의사·간호사·조산사 훈련 비용은 1인당 한해 300만~1700만원이 든다.

비엔티안·루앙프라방/글·사진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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