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30만등 대규모 시위
“이제는 평화를!”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규탄하는 대규모 반전 평화집회가 지난주 말 워싱턴을 비롯해 로스앤젤레스·런던·로마·도쿄·서울 등 지구촌 주요 도시에서 일제히 벌어졌다. 이번 동시다발 집회는 ‘이라크 철군’을 주장하는 주요 파병국의 반전평화 시민단체들이 손잡고 벌인 것이다. 24일 낮(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백악관 앞 일립스광장에는 30여만명(주최 쪽 추산, 경찰 추산 15만명)의 시위대가 모여 “부시의 거짓말로 수천명이 숨졌다”는 등의 구호를 외치며 백악관 주변 거리행진을 벌였다. 같은날 워싱턴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 연차총회에 반대하는 시위대 일부도 집회에 합류했다. 이날 시위는 2003년 3월 이라크전 개전 이후 워싱턴에서 열린 반전시위 중 최대 규모다. 지난달 텍사스 크로퍼드목장 앞에서 26일 동안 농성을 벌여 반전시위의 상징으로 떠오른 이라크 전몰병사의 어머니 신디 시핸은 집회 연설에서 “얼마나 더 많은 희생이 필요하냐”며 이라크전을 승인한 의회를 비난했다. 집회 참석자들은 ‘더는 안 돼!’(낫 원 모어)라는 그의 외침에 함성과 박수로 호응했다. 이날 집회에는 포크가수 조앤 바에즈, 제시 잭슨 목사, 영화배우 제시카 랭, 소비자 운동의 대부 랠프 네이더 등도 모습을 보였다. 시위를 주도한 반전단체 ‘앤서’의 집회 책임자 브라이언 베커는 “우리는 지금 ‘전쟁 반대’가 미국민 다수의 정서가 되는 결정적 순간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근 <시엔엔> 여론조사에선 미국민의 55%가 이라크 주둔미군의 철수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군 전사자는 이날 현재 1911명에 이른다. 영국 런던에서는 1만여명이 하이드파크에서 이라크 주둔 영국군 8500명을 즉각 철수할 것을 요구하는 집회와 거리행진을 벌였다. 일본 도쿄에서는 비가 내리는 가운데 평화운동 단체 50곳의 회원 400여명이 모여 ‘이라크 점령을 끝내자!’ 등이 적힌 펼침막을 내걸고 이라크 평화를 호소했다. 한국에선 파병반대 국민행동 회원 등 600여명이 24일 오후 서울역 광장에서 자이툰부대의 철수를 촉구하는 모임을 연 뒤 거리행진을 벌였다. 이 밖에 파리와 베를린·마드리드·코펜하겐·오슬로·헬싱키·더블린 등 유럽 주요 도시에서도 크고 작은 반전집회가 열렸다. 워싱턴/박찬수 특파원, 김회승 기자 pcs@hani.co.kr
윤진 기자 mind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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