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12.01 19:57
수정 : 2014.12.02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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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미국 하버드대 학생들이 화석연료 기업에 대한 ‘투자회수’(DIVEST)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다리 난간에 펼치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하버드대 투자회수운동조직 누리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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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예일대 등 대학 중심 퍼져
시애틀 등 세계 22개 도시도 동참
최근 외국 대학들을 중심으로 화석연료 기업에 대한 투자회수 운동이 적잖은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2012년 미국 하버드대에서 시작된 이 운동은 예일대를 비롯해 영국 옥스퍼드대와 케임브리지대, 오스트레일리아의 8개 명문대가 동참하는 등 확산되는 추세다.
‘화석연료 기업 투자회수 운동’은, 책임있는 투자기관들이 석유·석탄 등 기후변화의 주요인인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기업에 대한 투자금을 회수하고 녹색산업에 투자하도록 하자는 취지다. 이 운동의 참가자들은 기부금 투자를 하는 대학들이 앞장서서 기후변화에 대한 조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각에서는 이 운동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전세계 대학들이 화석연료 기업에 투자한 규모가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이다. 옥스퍼드대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대학의 화석연료 기업 투자액은 전체 투자액의 2~3%, 영국은 평균 5% 수준으로 전체 주식 투자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옥스퍼드대 벤 콜더컷 교수는 “비록 대학들의 화석연료 기업 투자의 영향력은 제한적이지만, 이들의 투자회수 운동은 사회적으로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대중과 사회의 부정적 인식이 결국 장기적으로 화석연료 기업의 ‘평판 리스크’를 가져와 주가 하락은 물론 에너지 가치사슬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투자회수 운동의 시초인 1980년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사례를 들었다. 당시 미국과 유럽 투자자를 중심으로 남아공의 인종차별 정책에 맞서 남아공 기업들에 대한 투자회수 운동이 펼쳐졌다. 비록 이로 인한 투자회수 규모는 크지 않았으나, 남아공 정부의 반인권적 정책이 전세계 대중들에게 조명받는 계기가 되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대학가의 화석연료 기업 투자회수 운동은 상당한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하버드대의 경우, 투자회수 운동이 졸업생과 미디어가 가세하며 설득력을 얻자, 지난 4월 미국 대학 최초로 유엔의 책임투자원칙(UN PRI)에 가입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기부금 투자 결정에 대한 친환경적 자문을 받는 한편, 기후변화 및 재생에너지 연구기금도 2000만달러를 조성하기로 했다. 현재 미국 시애틀을 포함해 세계 22개 도시와 10개 대학, 약 50여곳의 재단 및 종교단체에서 화석연료 기업 투자 주식을 회수하기로 결정했다고 콜더컷 교수는 설명했다. 한편, 최근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노르웨이 국민연금이 재생에너지 분야 투자를 늘리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박은경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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