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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9.27 18:25 수정 : 2005.09.27 18:25

“더 성공해 한국·미국 부모께 효도하고파”

“아빠 엄마를 이해하고 사랑해요.”

미국 미주리주 스프링필드 방송 여성 앵커 미셸 셔우드(26). <엔비시(NBC)> 계열사인 이 방송국에서 그는 유일한 한국인이다. 미주리주 전체에서도 앵커로 일하는 한국 여성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렇다면 어쩐 일일까? 셔우드의 해명은 의외로 간단한다. “저 한국인 입양아예요.” 그가 아는 한국말은 ‘만두’ ‘안녕하세요’ ‘맛있어요’ 등뿐이다. 그러나 유창한 영어로 “생후 6개월 만에 미국으로 입양돼 왔고, 지난해에는 밀양에 계신 친부모님도 만나고 왔다”고 밝은 표정으로 말한다.

1979년 부산에서 태어난 셔우드. 이름도 없이 미국 찰스 셔우드-샤론 셔우드 부부의 집에 입양됐던 그는 최근 누나 현미·현정을 따라 박현숙이라는 한국 이름을 갖게 됐다. 이름뿐 아니다. 김치 불고기 등 한국 음식은 왜 그리 입에 착착 달라붙는지. 핏줄이 그렇게 당기는 것인가.

“옛날에는 살기도 어려웠고, 어머니가 셋째 아이도 딸을 낳게 되자 나를 아빠 몰래 입양시켰대요.” 셔우드는 주저함 없이 입양의 배경을 설명한다. 밀양에 거주하는 아버지 박원갑(59)씨는 “글쎄, 당시 내가 먹고살기 위해 해외로 나가 있었는데, 나도 모르는 사이에 애 엄마가 아이를 입양시켰다”며 미안해 한다.

그런데 다 큰 셔우드는 기특하게도 친부모의 처지를 더 깊게 이해하고 있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렇게 했겠어요. 부모님을 사랑해요.” 요즘은 자신이 앵커로 등장하는 방송화면을 떠 한국 부모님들에게 보내는 것도 일이다.

셔우드는 자주 한국을 방문해 한국의 문화와 역사를 알고 싶다고 한다. 캔자스대학 시절 한국어를 배웠지만 쓰고 읽는 정도에만 그쳐 아쉬움이 크다. 더 나아가 한국인 부모와 미국인 부모님이 한 자리에 모여 회포를 푸는 장면을 꿈꿔본다.

“일단 여기서 명성을 쌓고, 더 큰 방송사에 가 돈도 많이 벌면 두 나라 부모님께 효도할 수 있을 거예요.” 머리부터 발끝까지 미국식 사고로 꽉 찬 신세대 셔우드. 그런데 부모님을 생각하는 마음을 보면, 인고의 세월 속에서 응어리를 삭혀온 한국 여성의 은근한 모습이 그에게서도 느껴진다.


스프링필드/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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