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북한 미사일 위협땐 배치 공론화 할수도
중국 “한·중 전략적 동반관계 마지노선 파괴”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인 사드(THAAD)의 한반도 배치 문제는 한-미 간의 현안을 넘어 미-중 간의 대립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미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사드의 한반도 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반면에, 중국은 사드 배치가 결국은 중국을 겨냥한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미국은 공식적으로는 한국 정부와 사드와 관련한 협의를 하지 않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미 지난해 사드의 주한미군 배치를 위한 부지 조사까지 마친 상태임을 고려할 때, 내부적으로는 검토를 끝낸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사드 배치가 한국 내에서 민감하게 받아들여지는데다 중국까지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있어 여론의 추이를 관망하고 있는 상태다. 지난해 중반부터 미국 정부 고위 당국자들이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시사하는 말을 했다가 여론이 반발하면 이를 취소하는 행태를 반복하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으로 이해된다.
워싱턴 싱크탱크 소식통은 “북한이 핵 실험이나 중장거리 미사일 발사 시험 등으로 추가 도발을 해 유리한 여론이 조성되면 미국 정부가 사드 배치를 공론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물론 한국 정부가 스스로 나서 사드 배치를 요청한다면 미국으로서는 그보다 더 좋은 시나리오는 없을 것이다.
반면, 중국은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중국의 미사일 역량을 무력화하려는 시도로 받아들이고 있다. 전세계 미군기지 중에서 베이징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오산 미 공군기지에 미국의 전략자산이 배치될 경우 군사력 세력 균형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중국은 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반대하는 태도를 일관되게 보여왔다. 지난해 7월 방한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사드 배치에 관해 신중하게 처리해 달라며 부정적인 견해를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방한한 창완취안 중국 국방부장은 한민구 국방부 장관에게 공식적으로 한반도의 사드 배치에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스인훙 중국 인민대 교수는 11일 “미국과 한국은 사드가 북한을 겨냥한다고 말하지만 이는 동북아의 안보에 적잖은 변화를 가져올 것이며, 중국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진저 랴오닝성 사회과학원 동북아연구소장은 “미국의 의도는 중국을 견제하려는 것이 분명하다”고 했다. 이들은 한국이 신중한 선택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 교수는 “한국으로선 사드의 사정거리와 감시 범위를 줄인 ‘낮은 수준’의 사드 도입 문제를 두고 미국과 아주 복잡하고 장기적인 흥정을 벌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진 소장은 “사드를 배치하면 한-중 관계가 큰 악영향을 받을 것이다. 한-미 동맹도 중요하지만 중국의 반발을 무시해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리카이성 상하이사회과학원 국제관계연구소 연구원은 9일 <환구시보>에 “한국이 미국의 사드 배치 요구를 받아들인다면 중-한 전략적 동반자 관계의 마지노선을 파괴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워싱턴 베이징/박현 성연철 특파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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