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5.03.13 19:26
수정 : 2015.03.13 22:11
미국 캘리포니아대 심리학 연구팀
정치인·SNS 사용자 사진·글 분석
진보 인사 더 많이 웃고 긍정적
‘보수가 더 행복’ 기존 조사 뒤집어
정치적 성향에 따라 삶에 대한 만족이나 행복감이 다를 수 있을까?
보수주의자들은 말로만 행복한 것처럼 보이는 반면, 진보주의자들은 진짜로 행복해하는 것 같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정치적 보수주의자들이 진보적 성향의 사람들보다 삶에 대해 더 큰 만족감을 표현하지만 실제 말과 행동을 보면 꼭 그렇지 않거나 그 반대라는 것이다. 이는 ‘보수주의자가 진보주의자보다 더 행복하다’는 지금까지의 학계 상식과 일반의 통념을 뒤집는 것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심리학자들로 짜인 연구팀은 미국 정치인과 트위터·링크트인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사용자들의 글과 사진 등 빅데이터를 분석했다. 그 결과 진보주의자들이 보수주의자들보다 조금 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행복감을 보인다는 결론을 얻었다. 이들의 연구결과는 13일 발간된 과학 저널 <사이언스>에 실렸다.
연구팀이 미국 의회 상·하원 의원 533명의 공개된 얼굴 사진을 분석해보니 보수 성향의 정치인들의 웃는 표정이 진보 성향 의원들보다 더 적었다. 또 지난 18년간 의회 속기록에 기록된 4억3000만개의 단어로 감정 상태를 분석한 결과, 진보 성향의 정치인이 긍정적 단어를 더 많이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경향은 트위터 사용자 4000명의 글과 비즈니스 인맥관리 서비스인 링크트인 사용자 457명의 얼굴 사진 분석에서도 확인됐다.
정치적 성향이 다른 두 언론사 종사자들의 얼굴 표정을 비교한 것도 흥미롭다. 소셜네트워크 등에 올라온 얼굴 사진을 비교해보니, 진보적 일간지 <뉴욕 타임스> 기자와 직원들이 보수 경제지 <월스트리트 저널> 직원들보다 웃는 모습이 더 많았다는 것이다.
논문의 공동저자인 피터 디토 교수는 “누군가가 행복한지 알아보는 한 방법은 직접 물어보는 것인데, 이는 주관적 행복감에 크게 의존한다. 다른 방법은 행복감과 관련된 행동을 관찰하는 것인데, 이는 조사 대상자가 자신이 행복하다는 걸 보여주려 애쓰는 문제점을 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진정한 행복감은 행동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전까지 정치적 보수주의자들의 행복감이 더 큰 것으로 조사됐던 것은 “당신은 행복한가?”라는 주관적 설문에서 보수주의자들이 자신을 비현실적으로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습성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심리학에선 이런 경향을 ‘자기 고양’이라고 한다. 캘리포니아주립대 심리학 박사과정으로 연구팀에 참여한 숀 보이칙은 “보수주의자들의 행복감 응답은 이런 ‘자기 고양’ 때문에 부풀려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그러나 논문에서 “우리의 데이터에서 진보주의자들이 ‘객관적으로’ 더 행복하다거나, 보수주의자들의 ‘자기 고양’을 부적응이라고 결론내리는 것은 실수가 될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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