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5.03.13 19:27
수정 : 2015.03.13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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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작가 테리 프래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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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부터 알츠하이머 투병
작년 구술로 마지막 원고 완성
‘디스크월드’ 시리즈 등 남겨
조앤 롤링과 함께 영국을 대표하던 판타지 작가 테리 프래칫(사진)이 12일 숨졌다. 향년 66.
프래칫은 2007년 조발성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고 투병하다가 이날 자택에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숨졌다고 <가디언> 등 영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디스크월드’ 시리즈 등 70여권의 소설은 37개 언어로 번역되고 모두 7500만권이 팔렸다. 프래칫은 <해리 포터> 시리즈를 쓴 조앤 롤링이 등장하기 전까지 영국에서 가장 많은 책을 팔고 돈을 번 작가였다.
대표작인 디스크월드 시리즈는 ‘그레이트 아투인’이라는 거대한 거북이의 등 위에 서 있는 네 마리의 코끼리가 등으로 떠받치는 평평한 원반인 디스크월드라는 허구의 세계를 다룬 판타지 소설이다. 이 시리즈는 1983년 <마법의 색깔>이라는 첫 편을 시작으로 올해 말 예정된 마지막 편까지 모두 40권이나 된다. 디스크월드는 셰익스피어 등 고전과 동화 등을 패러디하거나 영감을 받아 현대의 문화, 정치, 과학 문제 등을 날카롭게 풍자했다.
프래칫은 알츠하이머 투병 생활에도 불구하고 특유의 유머와 풍자를 잃지 않았다. 구술 프로그램을 이용해 지난해 여름 마지막 원고를 탈고했다. 그의 트위터도 이날 “사망: 결국, 테리 경, 우리와 같이 걸어가야 합니다” “테리가 사망과 악수했다” “그리고 문들을 지나서 끝없는 밤 아래의 검은 사막으로 그를 따라갔다” 등의 메시지로 그의 타계를 알렸다. 그의 트위터는 마지막에 ‘끝’(The End)로 종결됐다.
그는 2007년 8월 뇌일혈을 일으킨 뒤 후유증으로 그해 12월 알츠하이머가 발병했다. 그는 발병 사실을 공개한 뒤 알츠하이머 환자들도 평소대로 살 수 있음을 알리는 활발한 활동을 벌여왔다. 그는 “내가 하는 것처럼 치매와 함께 잘 살고, 베스트셀러 책도 쓰는 것이 가능하다”는 문구를 쓴 플래카드를 들고 사진을 찍고, 알츠하이머 환자와 가족들에게 용기를 불어넣었다. 또 발병 뒤부터 타인의 도움을 받아 생을 마치는 ‘조력 사망’을 지지하는 운동을 벌였다.
그는 “그 병이 나를 덮치기 전에 아이팟으로 토머스 탤리스의 곡을 평화롭게 들으며 죽고 싶다”며 “내가 원하는 때에 죽을 수 있는 것을 안다면, 갑자기 모든 나날들이 천금처럼 귀중해질 것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자연사로 생을 마감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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