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 의 한ㆍ중 건전 관계 필요성 강조 "일본은 '한-중 교과서 반일색채'에 불만"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한국 및 중국과 일본간 역사 갈등과 관련, 그동안 국무부의 신중한 입장 표명에 비해 더 분명하고 강한 어조로 이들 3국에 대해 대화와 해결을 공개 촉구하고 나서 주목된다. 이와관련, 주미 대사관 관계자는 1일 "미국은 일본과 한ㆍ중국간의 역사 갈등에 대해 이러저러한 제의를 하지는 않고 있으나, 대화를 통해 해결하길 바란다는 입장을 전하고 있다"고 밝혔다. 힐 차관보는 지난달 29일 미 상원 동아태소위 미ㆍ일 경제관계에 관한 청문회에서 지역과 세계에서 미일동맹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중국과 일본이 좋은 관계를 갖고, 우리의 두 동맹인 한국과 일본이 좋은 관계를 갖는 게 근본적으로 미국의 이익"이라며 한-중과 일본간 역사 갈등을 보는 미국의 시각을 분명히 밝혔다. 그는 "미국이 그 갈등에 개입해야 한다고 보느냐"는 질의에 "다행히 갈등(conflict)이 아니라 이견(disagreement)"이며 "이들 3국이 마주 앉아 해결할 수 있는 만큼 미국이 개입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우리는 이들 문제에 대해 서로 만나 대화하기를 (3개국에) 권하고 있고, 해결책을 찾기를 바라는 우리 입장을 매우 분명히 전달해오고 있다"며 "우리는 이들 문제를 아주 주의깊게 보고 있다"고 동북아지역 역사갈등에 대한 미국의 이해관계와 관심을 강조했다. 미국은 올봄 동북아 역사갈등이 한창일 때도 거의 입장 표명을 않다가 4월 7일 국무부 정례 브리핑에서 제기된 질문에 대한 별도의 '대변인실' 명의 답변자료를 통해 "우리는 (한국, 중국 등) 나라들이 제기하는 우려를 인식하고 있다"며 "이러한 논란이 계속 이어지는 것은 불행한 일이므로 이들 (세) 나라가 상호 만족스럽고 우호적인 해결책을 찾기를 희망한다"는 수준의 입장을 밝혔다. 힐 차관보도 이날 "상호 만족스럽고 우호적인 해결책"이라는 같은 표현을 썼다. 그는 이어 그 해결책의 하나가 "더 많은 대화"라며 "우리로선 우리 동맹과 파트너들에게 그 중요성을 계속 강조해나갈 것"이라고 말해 앞으로도 한ㆍ일간, 일ㆍ중간 역사갈등 해소를 위한 대화를 종용할 것임을 밝혔다.힐 차관보는 특히 "동북아 국가들간 공통의 이해관계가 커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동북아 역사갈등은 "이 지역에 존재하는 엄청난 기회를 충분히 활용하는 데 불행한 장애물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힐 차관보는 자신이 "북한 담당 차관보가 아니라 동아태 담당 차관보"라며 북핵 문제를 시급히 해결하고 동아시아 다자안보틀 등 역내 다른 주요문제들도 다루고 싶다는 뜻을 밝혀왔다. 이와함께 힐 차관보는 일본의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에 지지를 표명하면서도 이는 유엔 개혁과 함께 이뤄질 문제라는 단서를 달고, "일본과 이웃 국가들, 특히 중국간 건전한 관계가 동아시아의 안정과 번영에 긴요하며 따라서 역내 모든 국가의 이익과 미국의 이익에 긴요하다"며 동북아 역사 갈등의 대화를 통한 해결을 역설했다. 국무부의 지난 4월 입장 표명도 동북아 국가간 역사갈등이 일본의 안보리 진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질문에 답한 것이었다. 역사갈등과 일본의 상임이사국 진출 문제를 분명하게 결부시킨 것은 아니지만, 현실적 상관성을 의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힐 차관보는 그러나 미국이 동북아 역사 갈등에서 어느 한편을 드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그는 "베이징 입장에선 한국 등과 함께 과거사에 대한 일본의 인식을 여전히 불신하고, 반대로 일본 입장에선 중국과 한국 교과서의 부정확성과 반일 색채(tone)에 우려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윤동영 특파원 ydy@yna.co.kr (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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