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5.03.22 15:00
수정 : 2015.03.22 20:59
WHO, ‘라운드업’을 ‘그룹2 발암물질’로 공식 발표
몬샌토 출시 제초제…국제 곡물시장에 큰 파장 예상
몬샌토 “신뢰할 만한 과학적 데이터 빠져있다” 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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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초제 저항성을 갖도록 유전자를 조작한 곡물 옥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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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제초제인 ‘라운드업’을 비롯해 범용 농약 3종이 인체에 암을 일으킬 위험이 높다고 세계보건기구(WHO)가 공식 발표했다.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20일 “라운드업은 ‘거의 확실한 발암성’으로, 이미 사용이 금지된 다른 두 종류의 살충제인 말라티온과 다이아지논도 ‘발암 가능성’ 범주로 분류했다”고 밝혔다. 국제암연구소는 또다른 살충제인 테트라클로르빈포스와 파라티온은 동물 실험으로 얻은 ‘확실한 증거’에 비추어 발암성 농약으로 분류했다.
이 연구소는 그러나 “대개 사람들은 농약 살포 인근 지역에 살거나, 가내 경작 또는 음식물 섭취 등으로 ‘글리포세이트’(라운드업의 주성분) 제초제에 노출되지만 관측된 수준은 낮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또 “이번 분류는 외부 전문가 그룹의 평가로 구속력이 있는 건 아니며, (이 농약들에 대한) 규제나 합법화, 공공 보건당국의 개입 여부는 개별 국가의 책임”이라고 덧붙였다.
국제암연구소는 화학물질의 발암 가능성 평가를 4단계로 분류하고 있다. 그룹1은 ‘발암성’, 그룹2는 ‘거의 확실한 발암성’과 ‘발암 가능성’, 그룹 3은 ‘분류 불능’, 그룹4는 ‘거의 확실한 비(非)발암’ 등이다.
국제암연구소의 조심스런 표현에도 불구하고 이번 발표는 농가와 국제 곡물시장에 민감한 파장을 낳을 전망이다.
라운드업은 세계 유전자변형작물(GMO) 시장의 95%를 장악하고 있는 미국 몬샌토가 1974년 출시한 범용 제초제다. 글리신이라는 아미노산을 이용해 만든 ‘글리포세이트’라는 물질이 주성분이다. 2000년 글리포세이트에 대한 몬샌토의 독점권이 풀리면서, 지금은 다른 여러 농약 제조업체들도 이 물질 계열의 제초제를 양산 판매하고 있다.
특히, 몬샌토는 전세계 유전자변형작물의 대다수 종자에 대한 특허권을 독점하고, 자사의 종자들이 글리포세이트 제초제에 대한 내성을 갖도록 개발했다. 다시 말해, 몬샌토의 유전자변형작물의 재배에는 글리포세이트 계열 제초제인 라운드업이 쓰일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따라서 세계보건기구의 이번 발표가 몬샌토의 종자 및 제초제 판매에 타격을 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몬샌토는 20일 곧바로 보도자료를 내어 “시판중인 글리포세이트 계열의 모든 제초체는 사람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보건당국의 엄격한 기준과 규제를 충족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국제암연구소의 이번 발표가 “기존에 검토됐던 것들로 새로운 게 아니며, 신뢰할 만한 과학적 데이터가 빠져있고, 이번 분류가 글리포세이트와 암 발병 증가세의 연관성을 입증하는 것도 아니다”라는 것이다.
앞서 1985년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쥐 실험 결과를 토대로 글리포세이트를 암 유발 가능 물질로 분류했다가 1991년 다른 실험 결과를 근거로 발암성 물질이 아니라고 재분류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로도 미국, 남미, 인도 등 대단위 농작물 재배지에선 글리포세이트 살포와 관련해 피부·호흡기·갑상선 질환 등 부작용에 대한 보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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